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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세계의 자전거 수도’ 꿈꾸는 파리

    • 등록일
      2021-03-09
    • 조회수
      270

코로나 위협에 자전거족 부쩍 늘어
‘노마스크 라이딩’ 보건정책도 한 몫

 

아침·저녁 러시아워가 되면 자전거들이 빼곡하게 파리의 거리를 메워 자전거 경주라도 벌이는 듯 신기한 광경이 펼쳐진다. 특히 파리를 사방으로 가로지르는 간선 및 순환도로에 만들어진 전용선을 보면 자전거 고속도로의 느낌이 든다.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연구 학기를 보내면서 실감한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부쩍 늘어난 자전거 인구다.

 

2021년 파리에서 목격할 수 있는 자전거의 행렬은 20여 년 전 중국 베이징과 같은 대도시를 연상케 한다. 당시 중국은 고속 경제성장의 가도를 달리고 있었음에도 자전거가 여전히 도시 교통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타고 베이징을 누비면서 나는 이런 친환경적 교통체제를 지속할 수 있다면 경제발전의 후발주자라는 사실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중국은 2003년 사스 위기를 겪으면서 자가용 구매가 대폭 증가했고 이후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했다. 그 결과 중국의 대도시들은 자동차 매연으로 최악의 공기 오염을 자랑하게 되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19세기 후반 자동차 개발에 선도적 역할을 했던 유럽이 이제는 자동차를 버리고 자전거로의 전환을 주도하는 대륙으로 돌변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코로나 위기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이나 동아시아 대도시 시민과 비교했을 때 파리지앵들은 원래 자가용 이용이 낮은 편이다. 오래된 도시라 주차 시설이 미흡하고 촘촘한 대중교통망이 이미 백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리시청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자가용 이용을 억제하면서 대중교통과 자전거를 장려하는 정책을 펴왔다. 파리의 ‘자유 자전거 벨립’은 대도시의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으로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코로나라는 전염병이 대규모 위협을 가하는 상황이 닥치자 대중교통을 애용하던 파리지앵들이 대거 자전거로 옮겨탔다. 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좋다는 보건 정책도 자전거 선호에 도움을 주었다. 대중교통 이용자나 보행자는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쓰기 때문에 답답함을 참지 못하는 시민들이 자전거 이동으로 몰렸다. 2019∼2020년 겨울 프랑스 전국의 대중교통을 마비시킨 장기 파업도 자전거 확산에 도움을 주었었는데, 코로나까지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물론 자전거 이용자가 갑자기 늘어나자 운전자나 보행자와의 충돌과 분쟁도 늘어났다. 자전거로 인한 교통사고가 증가하였고 특히 보행자들의 불만이 고조되었다. 자동차에 이미 거리를 내주었는데 이제는 자전거까지 등장해 걷는 도시를 위협한다는 불평이었다.

 

이런 불평·불만은 과도기적 현상으로 보인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같이 오래전부터 자전거 교통이 일상화된 곳에서는 자전거가 낮은 속도로 천천히 운행하며 보행자와 공존하는 문화를 정착시켰기 때문이다. 암스테르담은 심지어 신호등 체계도 자동차의 속도보다는 시속 20㎞ 정도의 자전거에 맞추었다.

 

파리시는 자전거의 교통 담당 비중을 2015년 5%에서 2020년 15%로 늘린다는 목표를 추진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목표치를 크게 넘어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자동차의 문화에서 벗어나 세계 자전거의 수도가 되겠다는 계획을 파리시가 힘차게 추진하는 한편, 시민들도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모습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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