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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 시대공감] 타이베이가 베이징만큼 중요한 까닭

  

 

중앙SUNDAY | 2014-12-07

 

최근 중국의 부상에 대한 중화권 내부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홍콩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우산 혁명’)에 이어 대만에선 지난달 29일 지방선거에서 친중(親中) 국민당이 참패했다. 야당 민진당은 대도시인 6개 직할시 가운데 5개를 석권할 만큼 선전했다. 반면 국민당은 1949년 대만을 점령한 이후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리 격인 장이화 행정원장이 사퇴했고 마잉주 총통도 당 주석직에서 물러났을 정도다.

  

6년 전인 2008년 권좌에 오른 마잉주 총통은 취임하자마자 중국과 전면적인 통상·통항·통신 교류. 또 지난 2월엔 분단 65년 만에 중국과 장관급 회담을 개최했다. 외교가에선 마 총통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할 것이란 소문까지 돌았다. 하지만 이런 해빙 무드는 지방선거 패배로 급제동이 걸렸다.

  

동아시아에는 중·, ·일 등 민족주의 모순 못지않게 독재와 민주가 심각하게 대립한다. 한반도의 남북 대립이나 중국의 양안(兩岸) 대립이 이런 구도라고 할 수 있다. 민족 통합을 위해선 큰 국가가 주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작은 파트너가 민주국가일 경우 강하게 반발하기 마련이다. 80년대부터 민주화의 길을 걸어온 대만은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이 거대한 파트너에 흡수돼버릴 수 있다는 가능성에 위협을 느낀다. 특히 어렵게 쟁취한 민주주의가 공산 독재에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처럼 작은 파트너가 독재국가인 경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족 통합이 체제의 존립과 지도층의 생존에 직접적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대만에서는 국민당과 지배층이 대륙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반면, 서민들은 두려움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경제가 대륙과 통합될수록 득을 보는 것은 소수의 특권층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국민당의 아성인 수도 타이베이에서 후보로 나섰던 롄성원이 패배한 주요인이 이것이다. 그는 국민당 명예주석 롄잔의 아들로 대표적인 특권층 출신이다. 선거기간 동안 타이베이 초호화 아파트의 상징인 디바오(帝寶도 이런 민심의 반영이다. 당시 대학생들은 3주 동안 의회를 점령하고 대륙과의 교류 협상이 비밀리에 진행되는 데 반대했다. 이들은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협상을 요구했다. 국민당 정부와 재계가 서민들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중국과 굴욕적 타협을 했다고 의심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협정은 아직도 타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불만은 크다.

  

흥미로운 사실은 선거 캠페인에서 한국까지 등장한 일이다. 국민당은 민진당이 이기면 한국이 고맙다고 할 거다는 네거티브 공세를 취했다. 야당의 반대로 중국과의 교류 협정 타결이 늦어지면 한국만 득을 본다는 뜻이다. 한국의 진보 세력이 북한과 교류하지 않으면 중국이 북한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주장하듯이, 대만의 보수 세력도 중국과 교류하지 않으면 한국이 중국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고 공격하는 모습이다.

  

이제 중국이 대만에 어떤 정책을 취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중국의 황제로 등극한 시진핑은 대만을 마주 보는 푸젠성에서 17년 동안이나 근무했다. 당시 대만을 조종할 수 있는 힘은 경제력이란 걸 깨달은 그는 마잉주 정부와 적극적으로 교류에 나섰다. 그 결과 양안 역사에서 처음으로 장관급 상호 방문이 이뤄졌다.

  

. 인기가 바닥에 떨어진 마잉주 총통과 국민당이 20161월로 예정된 총통 선거와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대만은 독립주의 성향인 민진당 정부를 갖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긴장이 이어지고 있는 양안 관계가 미국과 중국 간 대립과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민진당의 독립주의적 성향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유연한 태도를 보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동아시아의 미래를 전망할 때 베이징뿐 아니라 타이베이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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