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홍콩 사태’ 중국의 고민
경향신문 | 2014-10-06
‘향기로운 항구’(香港) 홍콩에서 최루탄의 악취가 피어오른다. 가장 근본적인 민주주의의 권리를 요구하는 시민 세력과 홍콩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려는 중국 정부가 힘을 겨루는 모양이다. 시위대는 자유로운 경쟁을 통한 정부의 선택권을 시민에게 달라는 것이고, 베이징은 자신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에서만 선택권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사태의 본질은 따라서 인구 13억의 중화인민공화국에서 700만의 홍콩이 진정한 자유민주주의 실험을 할 수 있는가의 여부다.
지도 위의 홍콩은 중국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홍콩은 세계를 향한 중국의 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 전체가 개방의 길로 나서면서 홍콩의 중요성이 떨어졌지만, 홍콩은 여전히 세계 금융과 중국 대륙을 연결해주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사태에 따라 중국으로 향하는 세계의 ‘돈줄’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1842년 아편전쟁의 결과로 영국령이 되었다는 사실은 잊는다. 19·20세기의 민족적 상처를 딛고 21세기 ‘중국의 꿈’을 실현하려는 시진핑이 홍콩에서 쉽게 ‘서구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게다가 150년 이상을 식민통치할 때는 총독제를 운영했던 영국이나 서구가 이제 와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것도 위선적이다.
홍콩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성공적 정착은 대만을 중국 통일로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인 미끼가 될 수 있다. 홍콩은 식민지에서 자치구로 발전했지만, 대만은 이미 민주화 30년을 바라보는 입장이다. 대만 유권자는 중국 정체성과 통일을 버릴지언정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3월 양안관계를 둘러싼 학생운동의 의회 점거 사건은 이를 잘 말해준다. 따라서 홍콩의 운명은 2016년 대만 대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허울뿐인 일국양제는 대만의 독립성향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
시위가 시작되던 지난달 말 중국 법원은 신장 위구르족의 자치권을 주장하던 온건파 일함 토티 교수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홍콩과 대만의 경우 같은 한족 내부의 민주주의가 쟁점이라면, 신장 위구르와 티베트는 한족과 대립하는 소수민족의 문제다. 이들은 지배적 한족의 확장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고, 그 때문에 민족 존립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온건파에 대한 탄압은 더욱 극단적인 민족주의 반응과 조직적 반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불평등, 정치적 탄압, 환경·교육·의료에 대한 불만으로 인한 대중 폭발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2014년의 중국은 반세기 전 문화혁명 시기의 중국이 아니다. 전 세계가 중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말이다. 중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중국이 앓아누우면 세계는 철퍽 주저앉는 시대가 되었다. 중국 또한 세계의 반응에 따라 심각한 충격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거대한 규모의 강대국 가운데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가장 심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정치·경제의 안정, 통일의 가능성, 그리고 대외적 명성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쫓아야 하는 중국의 트릴레마(trilemma)인 셈이다. 예측이 불가능한 홍콩 사태이지만 최루탄의 악취가 톈안먼 사태와 같은 피비린내로 종결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