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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 시대공감] 종교 악용하는 이슬람 극단세력

 

 

중앙SUNDAY | 2014-08-17

 

 

 

내전 상태에 빠진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가 세력을 넓히고 있다. 신의 뜻에 따라 나라를 세우고 통치하는 신정(神政)체제를 세운 것이다. IS는 다른 종교나 종파에 대해 개종(改宗) 아니면 죽음의 선택을 강요하며 인종 청소에 나섰다. 알카에다조차 지나친 극단주의라며 거부한 IS는 정치와 삶의 종교적 부활을 주장한다. 서구의 타락을 상징하는 담배·축구문명의 충돌은 진정 지구촌의 운명인가.

 

문명 충돌은 종교의 이름으로 혹세무민해 지지세력을 얻으려는 극단주의자들이 좋아하는 프레임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이슬람권에서 시민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극단주의 단체들은 서방을 ()의 기독교 세력이라 단순하게 묘사한다. 도식적 대립 구도로 초국적 지지를 얻으려는 전략이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립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케냐의 웨스트게이트 쇼핑몰에서는 이슬람 소말리아의 무장단체가 무차별 민간인 테러를 저질렀다. 케냐인의 다수는 기독교도다. 또 지난 4월 나이지리아에서는 기독교계 정권에 대항하는 이슬람 단체 보코하람이 여학생 200여명을 납치해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코트디부아르 내전에서는 2011년 유엔과 서방이 지원하는 이슬람계 지도자 와타라가 기독교계 독재자 그바그보를 밀어내고 정권을 장악한 바 있다. 문명이나 종교의 프레임으로는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대립과 갈등을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이라크와 시리아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이슬람권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상당수는 이슬람교 내부의 종파 갈등이다.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이나 이라크의 말리키 정권은 모두 시아파 세력이다. 두 정권은 국내 수니파에 대해 탄압으로 일관해 왔다. 따라서 수니파 IS의 주적은 미국이나 기독교가 아니라 시리아와 이라크의 시아파 중앙정부다. 이슬람 세계에서 시아파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은 그간 두 나라의 정권을 지원해 왔다. 그런 이란이 지난주부터는 말리키 총리의 사임을 종용하기 시작했다. 사태를 방관했다가는 IS 반군이 수도 바그다드마저 차지할 것이라고 raise: 0pt”>‘이슬람 형제단이 집권했지만 이듬해 군부가 쿠데타로 정부를 전복했다. 알제리는 이미 1990년대부터 군부와 이슬람의 내전이 개시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리비아·시리아·이라크는 내전이 이어지면서 여러 정치세력이 국내 종파와 해외의 지원세력들을 끌어들여 싸움을 격화시킨 끝에 무정부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슬람 극단 무장세력이 성장하는 또 다른 토양은 내부 식민지적 상황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과 탄압은 전형적인 내부 식민지 구조다. 팔레스타인은 하마스 같은 이슬람 무장단체를 동원해 이스라엘에 대항하고, 이스라엘은 이를 테러라 규정하며 무차별 반격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체첸에서도 억압과 저항의 길항(拮抗)이 이슬람 극단세력의 테러로 표출됐다. 최근에는 중국 신장 위구르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유태교, 러시아의 그리스정교, 중국의 공산당 등 종교·정치의 색채는 각각 다르지만 중앙정부의 민족 탄압이 이슬람의 공통된 저항을 가져온 셈이다. 예루살렘과 모스크바, 그리고 베이징은 소수민족을 억누르면서 이슬람=테러라는 경고의 깃발을 휘둘렀다. 서방의 동의나 묵인을 얻어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슬람2012년 선거를 통해 민주적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즉 문제는 이슬람이 아니라 지배와 탄압의 권력투쟁 과정에서 종교를 정치자원으로 악용하는 세력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민주주의와 소수자 권리를 존중하는 것만이 장기적 안정과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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