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 시대공감] 반듯한 독일, 삐딱한 일본
중앙SUNDAY | 2014-07-20
2014년 독일의 월드컵 우승은 국운 상승의 대미를 장식하는 사건이다. 서양식으로 ‘케이크 위의 체리’이고, 동양에선 화룡점정(畵龍點睛)이다. 기묘하게도 독일의 월드컵 우승 역사는 평화로운 강대국의 부상을 기념하는 계단의 모양이다. 나치즘을 청산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수립했던 1954년, 라인 강의 기적을 통해 경제 발전에 성공했던 1974년, 그리고 동·서독이 하나로 통일됐던 1990년에 이어 2014년은 성숙하고 모범적인 강대국으로의 완성을 알리는 듯하다.
축구처럼 행운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종목에서 결과론적인 의미 부여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독일은 21세기 들어 열린 네 번의 월드컵에서 매번 4강 이상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경쟁이 치열한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에서 2008년의 준우승과 2012년 4강 진출을 따낸 것도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증명한다. 이번 우승이 행운이 아니라 실력의 확인이라는 뜻이다.
희한하게도 2014년 월드컵은 강한 상징성을 지녔다. 독일은 역사상 가장 다문화적인 팀으로 우승컵을 안았다. 독일의 국가대표 ‘만샤프트’는 이웃 폴란드 출신의 클로제와 포돌스키, 터키의 외질, 튀니지의 케디라, 가나의 보아텡 등 유럽·아시아·아프리카 세 대륙 출신을 아우른다. 덕분에 독일은 라틴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 월드컵 대회의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유럽 국가가 되었다. 세계가 독일로 향하고, 독일이 세계를 제패한 모양새다. 게다가 결승전에서 연장전 극적인 한 골로 아르헨티나를 무릎 꿇게 한 것은 1992년에 태어난 ‘통일둥이’ 괴체라는 어린 선수다.
21세기 들어 독일 축구가 세계 정상 수준을 지켜 왔듯이 독일 경제 역시 최고의 경쟁력으로 선두를 달리는 중이다. 독일은 특히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독보적으로 잘 나가는 수출경제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독일 경제의 성공은 공룡과 같은 대규모의 다국적 기업보다는 ‘미텔슈탄트. 독일의 자본 없이 유로를 살리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프랑스와 공유하던 유럽의 리더십은 독일로 확실히 넘어왔고 이제는 메르켈만이 ‘유럽의 여제’로 군림하고 있다. 프랑스가 개혁에 실패하고 불황의 늪에서 계속 허우적대는 동안 독일은 유럽 경제 중심의 자리를 확실하게 꿰찼기 때문이다.
독일은 또 성공적인 정치의 모델을 제공한다. 2005년부터 집권해 온 메르켈 총리는 동독 출신으로 통일의 성공을 상징한다. 그는 우파 기민당과 좌파 사민당의 대연정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화합의 정치를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도 우파 메르켈 총리는 좌파인 가우크 대통령과 나란히 참석했다.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순간에도 통합의 정치를 생각한 셈이다. 독일 국민이 메르켈을 ‘민족의 어머니’라 부르는 이유다.
지구촌에서 독일은 인기 최고의 소프트파워다. 영국 BBC는 매년 국가 영향력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25개국 2만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독일은 지난해와 올해 잇따라 캐나다와 영국을 제치고 ‘국제사회에 가장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국가’로 선정됐다. 20세기 두 차례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 전범국가로 낙인 찍혔지만 21세기에는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나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역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의 결과다.
이 조사에서 나타난 또다른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에 대한 독일 국민의 평가다. 2013년 조사에서 독일은 중국(74%)과 한국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