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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 세상탐사] 새 총리 모디 인도의 덩샤오핑될까

   

  

중앙일보 | 2014-05-25

 


인도가 중국에 이어 21세기의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할 것인가. 오는 26일 나렌드라 모디 새 총리의 취임을 앞두고 지구촌이 가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지난 30여 년간 중국을 통해 대륙 규모의 국가가 고속성장을 지속할 때 세계질서에 얼마나 강력하고 구조적인 변화를 초래하는지 경험했다. 중국은 생산에서 세계의 공장이 됐고, 소비를 통해 국제시장의 가격을 좌우하며, 정치에서도 미국과 경쟁하는 단계로 올라섰다.

  

인도는 영토와 인구, 성장 잠재력에서 중국과 비교할 수 있는 유일한 대륙형 나라다. 30년 전 인도와 중국의 경제수준은 1인당 국민소득 300달러 정도로 비슷했지만 현재는 인도가 중국의 4분의 2년 사이 4%대로 하락했다.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인도 국민의 희망은 모디가 인도의 덩샤오핑으로 장기 경제발전의 시대를 열어주는 것이다.

  

모디는 총선에서 인도 정치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획기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10년 만의 정권교체와 30년 만의 단독정부를 단숨에 이뤄냈다. 유권자 85000만 명의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모디의 인도국민당(BJP)은 의회 543석 중 반을 넘는 282석을 차지했다. 반면 해방 후 60년 이상 인도 정치의 중심축이었던 인도국민회의(INC)44석을 얻는 데 그쳤다. 네루간디 가문에 의존해온 전통 족벌주의는 이제 시대적 소명을 다했음을 알리는 사건이다.

  

인도에서 모디의 집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당선 사례와 유사하다. 둘 다 빈곤에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모디의 아버지는 거리에서 차를 팔았고 인도 카스트 제도의 하류에 속한다. 경제적 성공을 꿈꾸는 서민과 중산층의 희망을 한 몸에 안고 압도적 승리로 집권했다는 사실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통치 스타일이 결과를 중시하는 최고경영자(CEO)형이라는 점에서 닮았다. 모디는 지난 12년간 구자라트주 총리로 재임하면서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경제발전을 효율적으로 추진했다.

  

이른바 . 인도에선 매년 1000만 명의 새로운 노동력이 공급된다. 게다가 인도 상인이라는 표현이 보여주듯이 두텁고 활발한 사업가 계층과 전통을 보유한다. 적절한 정부의 정책으로 발전의 궤도에 오르면 엄청난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이다. 결국 모디노믹스의 성패는 구자라트의 성공을 인도 전국 차원에서 재현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모디의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 극복해야 하는 난관은 대부분 정치적인 성격이다. 우선 주정부의 권한이 강한 인도의 특성을 잘 관리해야 한다. 주정부는 토지, 노동, 인프라 등 주요 경제 이슈에서 중앙정부와 동등한 권한을 갖기 때문이다. 모디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팀 인디아(team India)’라는 공약을 내걸고 있지만 다양한 이해의 조율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총선에서도 지역주의 정당들의 총득표율은 절반에 달했다.

  

다음은 전문경영인의 스타일을 넘어서는 모디의 권위주의적 성향이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81세의 노령에, 간디 가문의 대리인으로 여러 정당이 참여하는 연합정부로 인도를 이끌어온 만모한 싱 총리와는 정반대다.

  

힌두 민족주의 단체 RSS에서 정치의 잔뼈가 굵은 63세의 모디는 의회 과반 의석에 기초한 단독정부의 수장으로서 개인적 리더십과 카리스마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요즘 인도에서 유행하는 농담은 정부가 없는 상황에서 야당이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 모디의 새로운 인도가 보여줄 행보가 경제뿐 아니라 정치와 국제관계에서도 지구촌의 주목을 끄는 이유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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