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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칼럼] 국가 지도자와 국가 브랜드

  

  경향신문 2012-11-04

  

각국의 정상은 자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한 나라를 지도자의 인물과 그의 코드로 평가하는 것이 반드시 옳은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정보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이미지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다. 그래서 국가 정상은 국가 브랜드의 핵심이 됐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의 당선은 노예제도와 인종차별의 역사를 극복하는 하나의 중요한 계기이자 미국 정치의 역동성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의 당선은 부시 부자와 클린턴 부부로 상징되는 미국 정치가 가진 폐쇄성의 고리를 끊은 사건이었다. 농구를 즐기는 젊고 활동적인 오바마의 이미지는 전 세계에 창의적이고 활발한 미국 국가 브랜드로 전이됐다. 세계에서 진행된 다양한 여론 조사에서 미국에 대한 평가는 오바마 이후 많이 향상됐다. 6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미국인들의 새로운 선택은 경제 이슈가 중심이 될 것이다. 하지만 승자가 오바마인가, 롬니인가에 따라 미국의 국제적 이미지는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특히 롬니의 대중국 강경론은 국제사회에서 충돌과 보호주의 확산의 가능성을 우려하게 한다.

  

대통령이 개인적 카리스마와 상징성을 통한 국제적 명성을 활용해 국가 발전에 적극 기여한 대표적인 예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다. 그는 인종차별을 제도화한 남아공 독재체제에 저항하다 1962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간 감옥생활을 했다. 세계의 대표적인 정치범이었지만 1990년 풀려난 뒤 흑백 화합의 정치와 민주화 협상을 주도해 1993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이듬해에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만델라가 통치하는 남아공은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그의 뒤를 이어 음베키와 주마 등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남아공 하면 만델라를 떠올리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오바마나 만델라처럼 역사적 변화와 상징성을 강력하게 대표하는 인물이 아니더라도 국가 지도자는 국가 브랜드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사우디아라비아나 걸프만 왕국들처럼 실질적 왕정체제는 물론,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왕조’를 이룬 북한이나 시리아의 아사드, 가봉의 봉고 등 세습 정권은 국제사회에서 후진성의 대명사다. 이들은 지구촌의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다.

  

강대국이라 불리는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푸틴은 구소련 시절, KGB 장교로 16년간 복무했다. 그는 1990년대 러시아의 민주화를 틈타 정치인으로 변신한 뒤 2000년부터 8년간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이후 그는 3선 금지 조항을 우회하기 위해 심복 메드베데프를 꼭두각시 대통령으로 세운 뒤 총리로 부임해 권력을 유지했다. 그리고 지난 3월 대선에서 6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다시 당선됐다. KGB 출신답게 인권과 언론과 야당을 탄압하고 여론조작과 각종 제도적 꼼수로 독재 유지에 탁월한 실력을 발휘했다. 그 사이 러시아의 국가 브랜드와 이미지는 자원이나 수출하는 후진적 산유국으로 추락했고, 러시아인들은 탈출과 이민을 꿈꾸는 민족이 됐다.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유로 위기에서도 국가 지도자의 이미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2011년 가을, 3대째 그리스 정치를 주름잡는 가문의 파판드레우 총리는 자신의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위험한 국민투표를 추진하다가 국제적 압력으로 사임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 이탈리아에서도 미성년과의 성매매 스캔들, 난잡한 성교 파티인 붕가붕가 파티로 유명한 70대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정부 정책에 대한 국제 금융계의 신뢰도를 현격하게 낮추는 주원인이었고, 결국은 위기를 악화시켜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도 정치 선택의 계절이다. 다음달 20일이면 전 세계 언론은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를 소개할 것이다. ‘독재자의 딸’ ‘인권변호사’ ‘소프트웨어 사업가’, 외신이 요즘 한국의 대선 후보자를 요약해 지칭하는 방식이다. 이제 21세기 코리아의 얼굴을 고르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조홍식 ·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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