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 이끌었지만 극단정치 단점
개방적 선진사회의 미래상 제시해야
오는 19일부터 2024년 인도 총선이 시작해 무려 6주 동안 계속될 예정이다. 공식 결과는 6월4일이 돼서야 알려질 테지만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2014년과 2019년에 이어 다시 승리해 향후 5년간 인도를 집권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지난 선거에서 모디는 이미 연방하원의 543석 가운데 과반을 훌쩍 뛰어넘는 303석을 차지했었다. 이번 선거에서 BJP의 목표 의석수는 370석이라고 한다.
지구촌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두 나라 중국과 인도는 많은 점에서 비슷하다. 대륙 규모의 거대한 나라인 데다 근대화 과정에서 서구에 당한 모욕과 상처는 강력한 민족주의를 낳았고 요즘은 각각 글로벌 남부의 대표주자를 지향한다. 중국이 1979년부터 개혁개방으로 고속 경제성장을 시작했다면 인도는 1990년대부터 서서히 경제발전의 시동을 걸고 추격하는 중이다.
모디는 인도의 덩샤오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덩샤오핑이 중국을 G2의 반열에 올려놓았듯 지난 10년 동안 모디의 인도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해 이제는 세계 제5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으며 인도 주식시장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다. 2020년대 중국경제가 정점을 찍고 하강세로 돌입했다는 평가와 함께 인도가 배턴을 이어받아 세계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인도는 중국과 달리 선거하고 경쟁하는 민주주의 구조다. 중국 공산당과 달리 모디와 인도국민당은 선거에서 승리해야 계속 집권할 수 있는데, 인도의 정치 지도는 한국만큼이나 극단적으로 분열되어 있다. 한국이 동서로 나뉜 만큼 인도는 남북으로 갈라졌다. 모디의 BJP는 인도 북부에서 매우 높은 인기를 구가하지만 남부 5개 주에서는 2019년 선거에서 129석 중 29석밖에 얻지 못했다.
문제는 인도의 경제 성장이 남부에 집중되어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국제적으로 잘 알려진 인도의 성장 도시는 모두 남부에 있다. 카르나타카주의 벵갈루루, 텔랑가나주의 하이데라바드, 타밀나두주의 첸나이 등은 인도의 성장 엔진이다. 모디의 고민은 경제성장을 주도하는 남부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빈곤한 북부가 정치 기반이라는 점이다. 남부 사람들은 자신들이 낸 세금이 가난한 북부로 흘러간다고 불평이다.
게다가 모디가 앞세우는 힌두 정체성의 정치는 남부에서 반발을 초래한다. 일례로 힌두어를 인도 국어로 옹립하려는 인도국민당의 움직임은 영어나 타밀어, 기타 지역 언어를 선호하는 남부에서 강한 거부감을 일으킨다. 이슬람을 공격하고 소외시켜 힌두교도의 인기를 얻는 모디의 정치 전략도 남부에서는 반발이 심하다. 무력으로 침공한 외부 세력이 이슬람을 가져온 북부와 달리 남부는 오래전부터 아랍인과 교류하면서 이슬람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인 역사가 있기 때문이다.
모디가 선거에서 단기적 득을 가져오는 증오의 정치를 계속한다면 남부의 반발을 일으켜 남북 분열의 골을 심각하게 파는 셈이다. 장기적으로 인도가 안정적인 성장의 궤도를 유지하려면 모디와 BJP는 극단적 힌두주의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선진 사회의 미래상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당장 열성적인 지지자를 잃더라도 말이다. 모디의 줄타기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