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거부의 도시, 뭄바이가 베이징 눌러
亞 세력 중심, 中서 인도로 서서히 이동
2024년 연초 기준으로 인도의 뭄바이가 중국의 베이징을 제쳤다. 뭄바이는 이제 아시아에서 큰 부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도시가 되었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이 세계적으로는 여전히 거부(巨富)의 도시로 선두를 달리는 가운데 뭄바이가 베이징을 눌렀다는 소식이다.
후룬(胡潤) 글로벌 부호 리스트가 발표한 결과다. 후룬이란 유럽 룩셈부르크 출신 루퍼트 후지워프가 중국 상하이에 정착하면서 채택한 중국 이름이다. 중국이 한창 떠오르던 1999년 발전의 현장에서 세계 부자를 조사하는 사업을 시작했으니 후룬은 이제 짐을 챙겨서 새롭게 부상하는 인도로 이사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후룬 부호 조사는 영어로 빌리어네어, 즉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밀리어네어가 100만달러(약 13억원) 이상 자산가를 지칭하기에 백만장자라고 부를 수 있다면, 빌리어네어는 억만장자라 할 수 있다.
부호의 세계 분포가 지정학적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뉴욕이 119명의 억만장자를 집중하는 상황은 자연스럽지만, 뒤를 잇는 런던(97명)이 반드시 영국의 경제력을 반영한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런던은 19세기부터 탄탄하게 다져 온 개방적 전통 덕분에 세계의 부자들이 돈 보따리를 들고 가 살고 싶어 하는 도시다.
올해 보고서에서 뭄바이는 92명의 억만장자로 아시아 부의 중심 도시로 솟아올랐고, 같은 인도의 뉴델리도 57명으로 세계 10대 부호 도시에 진입했다. 최근 인도가 중국을 앞질러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었다는 뉴스와 함께 아시아 세력의 중심이 서서히 중국에서 인도로 이동하는 지각 변동을 보여 준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 순위를 따진다면 중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억만장자(814명)가 가장 많은 나라로 인도(271명)는 물론 미국(800명)조차 누르고 있다. 억만장자가 많아지려면 큰 기반은 역시 역동적인 경제 성장이다. 2010년 중국에는 억만장자가 89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10년 사이 급속하게 불어난 결과다.
경제 불평등도 중요한 요소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이 자본주의의 본고장 미국보다 억만장자가 많다는 사실은 이상하지 않은가. 중국이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얼마만큼 평등이라는 국가 이념이 훼손되고 경제·사회 불평등이 뿌리를 내렸는지 잘 보여 주는 지표다.
마지막 배경은 자본주의의 부패 정도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2년 분석한 정실(情實) 자본주의 랭킹에 따르면 러시아가 1위이고 인도(7위)와 중국(10위)은 상위에, 미국(17위)이나 독일(21위)은 하위에 속한다. 이 지수는 국가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산업 부문(은행, 카지노, 국방, 광산, 건설 등)에서 활동하는 억만장자 부호의 재산이 국내총생산 대비 많을수록 정실 자본주의가 강하다고 계산한 결과다.
물론 중국의 경우 산업과 상관없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국가가 부의 축적을 통제한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정실 자본주의 순위에서 중국은 러시아 다음이 된다. 부호라고 다 같지는 않다는 의미이며, 미국이나 독일에서 시장의 경쟁이 부호의 흥망성쇠를 주로 좌우한다면 러시아나 중국, 인도 등지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뜻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