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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수학 강국 프랑스의 비결

    • 등록일
      2022-07-12
    • 조회수
      204
필즈상 수상 13명, 美와 함께 세계 최다
인재 길러 연구 시간 주되 경쟁 체제 유지

지난 5일 한국계 미국인 허준이 교수가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을 받으면서 이 상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높아졌다. 1936년부터 지금까지 필즈상 수상자는 64명인데 미국과 프랑스가 각각 13명으로 가장 많은 수상자를 배출하여 수학 강국임을 자랑하고 있다. 전 세계 인재를 흡수하는 강대국 미국과 중견국 프랑스가 어깨를 견주는 비결은 어디 있을까.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수학이 강한 나라다. 17세기의 데카르트, 파스칼, 페르마를 거쳐 18세기의 라그랑주나 19세기 라플라스와 갈루아, 20세기 푸앵카레까지 근현대 수학의 기초를 다졌다.

 

현대 교육과정에서도 수학은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된다. 프랑스가 운영하는 그랑제콜이라는 엘리트 특수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2년 동안 준비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국에서 가장 우수한 8만여명의 학생들이 ‘고등수학’ ‘특수수학’반이라 불리는 이과 준비반을 다닌다. 매주 수학 수업이 12시간으로 절반 이상이다.

 

전국에서 수만 명이 수학으로 경쟁하여 입학하려는 최고 학교는 폴리테크니크와 고등사범(Normale Sup)대학이다. 권력과 부를 추구하는 젊은이가 폴리테크니크로 간다면 세계적 학자를 꿈꾸는 이들은 매년 95명(이과)만 뽑는 고등사범을 선택한다. 프랑스 필즈 수상자 13명 가운데 11명이 고등사범이라는 한 학교의 졸업생이다! 고등사범은 1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했는데 학생 수에 비추면 캘리포니아공대(칼텍)나 하버드, 매사추세츠공대(MIT)를 능가하는 세계 선두다.

 

세계적 수학 천재들의 배경은 대부분 교육자 집안이며 어릴 적부터 수학 클럽 활동을 하거나 수학 올림피아드 등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매사에 경쟁을 즐기는 편이며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준비반이나 고등사범은 이런 청소년들을 훈련하고 걸러 내는 탁월한 사회적 제도로 작동한다.

 

이들은 파리와 근교에서 선배 천재들의 멘토링을 받으며 박사학위를 따고 연구 생활을 시작한다. 지리적으로 수도권에 모든 두뇌가 집중되는 구조지만 자신이 학위를 마친 대학에는 취직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통해 경쟁성과 개방성을 유지한다.

 

이들은 특히 30대에 국립연구기관인 CNRS의 연구원을 거치는데 강의 부담 없이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다. 그리고 40세를 전후해 대학교수로 자리를 잡는다. 필즈 메달은 40세 이전의 업적에 대한 상이기에 프랑스 특유의 국가 연구원 제도는 큰 도움을 준다.

 

다만 최근에는 프랑스의 수학 인재들이 점점 해외 대학으로 빠져나간다는 소식이다. 고등사범이나 대학원까지는 프랑스의 공립교육이 훌륭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교수의 대우와 노동 여건은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는 미국 사립대학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야는 다르나 파리 고등사범 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MIT에서 근무하며 201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에스테르 뒤플로의 사례는 상징적이다.

 

이처럼 수학 강국의 비결은 간단하지 않다. 프랑스는 한 분야에서 세계 첨단을 달리기 위해서는 적절한 생태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인재에 집중하되 독점을 피하고, 연구할 시간을 주되 경쟁으로 나태함을 방지하며, 어릴 적부터 지식의 경계를 개척하겠다는 사명감을 심어 주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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