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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테러 계기 규모 타깃 공격대비해야

 

조선일보 | 2015-01-19

 

지난 7일 오후, 파리의 지하철. "무슬림들이 총을 쏘아 사람을 죽였어요!" 한 청년이 할머니에게 소리쳤다. 멋쟁이 할머니는 불편한 표정이다. 알코올중독이거나 정신 나간 극우파의 횡설수설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내 앞에 앉은 아랍계 남자는 불쾌하고 불안한 얼굴이다. ‘수요일 오전 현재 프랑스 테러 사건 발생.’ 거의 동시에 외교부로부터 도착한 문자다.

 

프랑스 사회의 즉각 반응은 강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사건 발생 3일 만에 범인들을 발견해 확인하고 사살하는 과정을 직접 챙겼다. 그리고 주말에는 파리에서 160, 전국적으로 공화국광장부터 민족광장까지 거대한 인파가 장엄하게 행진하였다. 길 이름조차 표현의 자유와 톨레랑스를 상징하는 사상가 볼테르대로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시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하나 됨을 확인하는 공화국 의식의 재현이다. 18세기 대혁명 이후 프랑스의 전통이다.

 

하지만 테러의 충격이 엮어준 단결은 오래가기 어렵다. 일부는 시위로 만족하지 못하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복수하려 한다. 테러 이후 무슬림 공동체와 건물 등을 대상으로 한 산발적 공격이 이미 수십 건이나 된다. 지하철에서 내 앞에 앉았던 남자 얼굴에 비쳤던 불안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프랑스는 북 또는 서아프리카 출신이 500~600만으로 전체 인구의 10%에 육박한다. 테러의 가장 커다란 장기적 피해자는 다름 아닌 이들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작가 르클레지오는 딸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이번 테러의 본질을 설명했다. "세 사람이 저지른 범죄는 야만적이지만, 이들은 야만인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매 순간 학교에서, 지하철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만나는 보통 사람"이라고. 하지만 "어두운 삶의 어느 한순간, . 부모의 출신은 알제리와 말리이며, 관련 테러 집단도 예멘의 알카에다와 시리아의 이슬람국가 등 서로 다르다. 그러나 프랑스 사회에 대한 복수심이 이들을 우정과 테러로 뭉치게 했다. 교외 빈곤 지역 청소년들은 이번 테러 사건을 이스라엘이 조작한 뒤 무슬림에게 뒤집어씌운 음모라고 해석한다고 한다.

 

다가오는 미래는 두렵다. 이미 시리아나 이라크에서 근본주의의 세례를 받은 유럽 출신 전사(戰士)’가 수천 명에 이른다. 프랑스나 유럽뿐 아니라 세계가 이들의 잠재적 타깃이 될 수 있다. 특히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가 서로 경쟁하면서 테러 활동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또 이번 사건으로 테러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이젠 9·11처럼 불특정 다수의 대량 학살이 아니라 소수의 테러리스트가 정확한 목표를 공격하는 형식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테러 집단은 9·11 ‘신화를 재현하려 노력했다. 런던 지하철과 마드리드 기차 테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제 규모는 작지만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경제적 테러가 산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조홍식 | 숭실대 교수·사회과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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