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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 안정, 군부와 민간당료 사이 견제·균형이 관건

 

ㆍ‘김정은 시대 정치와 경제’ 토론회


경향신문은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 북한 체제의 방향을 모색하는 두 번째 토론회를 열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와 함께 서울 삼청동 극동문제연구소 대회의실에서 연 토론회는 ‘김정은 시대 북한의 정치와 경제’를 주제로 진행됐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김정은 정권의 권력구조와 통치노선’을,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가 ‘김정은 정권의 경제정책과 사회’를 발표한 뒤 전문가들과 토론했다.

            

 

■ 발제

권력구조와 통치노선 –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은의 권력은 김정은과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 등 그 직계, 리영호 총참모장과 김정각 총정치국 제1부국장 등 군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원로 및 실무 당 비서 등 민간 당료가 축을 이룬다.

군부와 민간 당료 사이에 역할 분담, 견제와 균형이 유지될 때 권력구조가 안정적으로 지탱될 수 있다. 장성택과 측근 민간 당료는 내치와 대남·대외정책을 관장하는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김정일은 자신의 절대권력 유지에 순기능적인 방향에서 권력기관 및 엘리트 상호 간 지분투쟁을 배후 조종해왔지만 이러한 최고지도자의 능력은 여건에 따라, 개발 기관에 따라 한계가 있었다.

또 북한은 1960년대 중반부터 극도의 개인독재체제를 거의 50년간 유지함으로써 국가와 정권, 정권과 지도자를 구분하기가 매우 어려운 일체형으로 돼 있다.

김정일의 후광과 절대지도자에게 충성하는 전통, 직계 공안세력의 지지, 군부와 민간 당료 그룹의 상호 견제와 균형 및 권력 지분 확대를 위한 상호적 경쟁 등의 체계를 갖고 있어 김정은의 여러 취약점에도 불구하고 지위 유지를 도와주는 구조적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의 국가전략은 2005년부터 ‘5대 정책 방향’을 잡고 있다. 핵 능력을 확장해 핵 보유 국가로 인정받고, 그 바탕에서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며 남한은 북한 정권을 정치적·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하는 것 등이다.

내부적으론 공안통치를 근간으로 정치 안정을 도모한다. 이런 방향은 2009년 이후 더욱 뚜렷해졌다. 2012년 북한 당국이 취할 정책 방향을 파악하는 핵심 문서는 신년 공동사설이 아니라 지난해 10월 초 발족했다는 ‘김정일 지도소조’의 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지도소조’의 정책 방향은 국내 전력상황 최우선 해결, 인민생활용품 2~3년 내 정상 공급, 수입 축소와 외화 절약으로 강성대국 건설에 투입 등 여섯가지 항목이다.

정책 내용에 실질적으로 새로운 것은 없어 보이며, 이번 신년 공동사설에서도 이런 정책 방향을 포함하고 있다.

 

확고한 권력 장악 이후 개혁·개방 나설 듯

■ 발제

경제정책과 사회 –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의 경제 위기는 20년 동안 지속됐고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식량난·에너지난·원자재난 등 자원 부족은 일상화·만성화돼 있다. 공업의 비중이 대폭 축소되고, 특히 중화학공업의 기반이 붕괴되면서 성장의 동력도 상실했다.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 ‘경제강국’ 진입 선언을 앞둔 시점에서 2010년 이후 3년 연속 신년 공동사설에서 경공업·농업을 ‘주공전선’으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북한은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외부의 힘에 의존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아가기 어려운 구조다.

김정은 정권의 전반적인 경제정책 기조는 당분간 김정일 정권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신년 공동사설은 북한이 유훈통치를 내세우며 종전의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예고했다. 큰 틀에서 보면 권력의 3대 세습은 개혁·개방과 같은 정책의 큰 변화를 제약하는 최대 요인이다. 특히 김정은은 자신의 권위의 원천이 세습에 있기 때문에 아버지(김정일), 할아버지(김일성)의 정책적 노선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기 어렵다. 먹는 문제 등 민생 문제 해결, 나아가 경제문제 해결 방향은 포괄적으로 개혁·개방 이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지만 김정은이 권력을 확고하게 장악한 이후에야 본격적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이 올해 경제강국 진입을 선언하면서 무엇을 그 근거로 내세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정은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선전돼온 CNC(수치제어)와 정보기술, 생물공학 등 ‘새 세기 산업혁명’과 ‘지식경제 강국’이 주요 성과이자 근거로 선전될 수 있다. 단기간 자원을 집중 투입해 가시적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대표적인 분야가 건설인 만큼 희천발전소와 평양 리모델링 등이 성과로 선전될 가능성도 있다.

김정일 사후에 북·중관계가 밀착되고 북·중경협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창지투(중국 창춘·지린·투먼) 개발과 관련된 북·중 접경지대 인프라 구축, 라선 경제특구 개발은 탄력을 받을 수 있지만 황금평 개발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정능력 못 보이면 집단지도체제 가능성

 

■ 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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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만강 연안에 위치한 회령지역 시장의 변화를 인공위성 사진으로 연구한 결과를 접한 적이 있다. 시장이 주택밀집지역에 들어서고 매대 품목이 증가했다. 인테리어 자재 등을 파는 곳도 꽤 늘었다. 시장을 매개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의 관심은 ‘살림집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라고 한다. 이런 ‘중산층’을 김정은 정권은 포섭대상으로 삼지 않을까. 시장에 창고 시설이 증설되고 있다는 점은 북한 정부 주도의 투자가 시장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시장에서 나온 ‘잉여’는 공적 서비스를 유지하는 주요 재원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억제정책을 쓰면서도 안에서는 투자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

한국에서 북한 경제지표에 왜곡이 있다고 느낀다. 내·외국인 할 것 없이 평양에 다녀온 이들이 하는 얘기는 ‘경제가 좋아진 것 같다’인데 한국은행의 북한 경제지표(실질경제성장률)로는 -0.5%다. 북한의 시장세력이 북한 국가, 체제에 적대적일까. 북한이 시장을 (활용)하다가 탄압하는 식으로 ‘지그재그’ 행보를 보였다는 주장이 있지만, 저는 2002년 부분적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한 7·1조치 이후 북한 의도는 일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시장 활성화를 통한 수탈구조를 디자인해 놨다. 2007~2009년 반시장적 조치들이 있었는데 2006년 BDA(방코델타아시아) 자산 동결 제재 등으로 불가피한 것이었다. 이번 신년사설에서 함남 발전을 강조했는데, 오랫동안 준비한 매뉴얼로 보인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 보듯 ‘시장의 확산’이 꼭 ‘체제 위기’와 동일하지는 않다고 본다. 구한말 돈을 번 상인들은 양반첩을 사려 하지, 저항세력 조직화를 하지는 않지 않았나. 북한 내 소위 시장세력은 누구이며 기존 지배세력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더 논의해 봐야 한다. ‘김정은 시대’에서 무엇이 바뀌느냐는데 김정일에서 김정은으로 바뀐 것밖에 없는 것 같다. 최고지도자에 목매는 사회니까 최고지도자가 바뀌면 다 바뀐다는 것은 관습적인 사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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