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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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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민주적인가

-현대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대한 비판적 고찰-

  

버나드 마넹의 『선거는 민주적인가』는 근대 대의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해 다룬 책이다. 흔히들 직접민주주의가 이상적인데 규모의 문제 때문에 현대에 이르러서는 불가피하게 대의민주주의를 시행한다는 지적을 한다. 그러나 마넹에 따르면 직접민주주의의 핵심적 요소인 추첨제는 현대에도 원리적으로 가능하다. 후술할 것이지만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는 역사적으로 단절적인 전혀 다른 체제이다.

  

마넹은 대의민주주의에 대해 들어가기에 앞서 직접민주주의인 아테네의 추첨제를 소개한다. 추첨제는 지금 생각하면 우스꽝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고대의 추첨제는 상당히 합리적으로 운영되었다. 예를 들어 공직자를 소환할 권리가 있었으며 능력에 대한 자기 검열 제도도 갖추고 있었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여러 고전에서 보듯이 추점은 민주적인 제도로 간주되었고 나름 합리적인 요소도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사라져버렸냐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선거는 “탁월성의 원칙”이라는 점에서 탁월한 후보자를 선출하는 귀족주의적인 제도였다. 그러나 다시 말하면 근대에 이르렀을 때 기록에서 추첨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왜냐하면 이는 고대 민주주의의 정치적 평등이 “누구나 정치가가 될 권리”였다면 근대의 정치적 평등은 “동등하게 정치가가 될 사람을 선택할 권리”로 동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근대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에서 선거는 “인민의 평결” 내지 “최종적 권력”의 소재가 인민에게 있다는 정당성의 원리에 기초를 두게 되었다. 통치자를 뽑는 권리에 있어서의 평등을 그 핵심으로 했다. 따라서 선거권과 피선거권에서 납세조항을 폐지하는 문제, 여성 참정권을 허용하는 문제, 대표에게 세비를 주는 문제 등이 중요했다. 또한 평등선거권을 제약하는 부의 불평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어떻게 대표들을 인민과 유사하게 할 지 등이 핵심 논쟁이었다.

  

선거는 한편으로 누가 대표나 통치자로서 유능하고 탁월할 수 있는지가 결정하는 엘리트주의적 측면을 가짐과 동시에 통치자를 선발하고 그것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인민의 평결"이자 "인민의 최종적 권력"으로 이해되었다.

  

선거가 민주성을 담보하려면 자유로운 의견 표현과 집회·시위 등의 반대의 조직화와 같은 권리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러한 민주성의 조건은 선출된 대표에게 임기 동안 인민의 평결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의 비민주성을 민주적이게 만드는 원리이다. 선거가 민주적일 수 있는 또 다른 조건은 이성적 심의에 의한 새로운 공적 결정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정책결정 과정에서 공적인 토론을 중시하는 심의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면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대의제 유형 분류에서 의회주의, 정당 민주주의와 청중 민주주의로 구분한다. 의회주의는 대의제 내지 공화정일 수는 있어도 민주주의에 이르지 못했던 시기이다. 민주주의는 보통선거권의 확장과 대중정당의 등장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 핵심은 노동자와 여성이 시민권을 갖게 되는 과정에 있다. 대의제가 민주주의일 수 있게 된 것은 이 과정에서 이루어졌고, 이를 정당 민주주의라고 유형화한다. 그리고 현대적 민주주의인 청중 민주주의의 유형을 제시한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론에는 대중정당의 역할이 쇠퇴하고 있다고 전제가 있다. 그러나 대중정당의 쇠퇴를 그렇게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민주주의의 핵심적 행위자는 여전히 이익을 집약하는 정당이며 샤츠슈나이더의 언급처럼 정당없이 민주주의를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중정당의 쇠퇴는 위기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장점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원리에 대해 깊이 있게 통찰했다는 점에 있다. 적어도 우리에게 민주적인 제도로 이해되는 선거가 귀족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민주주의는 왜 선거를 근본원리로 하는 민주주의인지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을 읽고 선거가 귀족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는 이유에서 추첨제를 근본 대안으로 생각하려는 것은 소박한(naive) 생각이다. 그러한 급진적 개혁이 각종 이해관계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뿐더러 기본적으로 추첨제에서는 현대 의원에게 주어지는 전문성의 조건이나 책임성의 조건이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THE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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