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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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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의 엣센스

 

우리는 종종 핵전쟁을 다룬 영화를 접하곤 한다. 핵전쟁이 급박한 상황을 다루는 영화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핵전쟁 이후의 세상을 설정한 영화는 처참한 폐허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몰라도 평상시에는 그리 쉽게 와 닿지만은 않는 전쟁이라는 단어. 그것도 핵전쟁. 그러나 실제로 1962년 10월 16일에서 28일까지, 13일간의 상황은 영화가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 1962년 10월 미국에서 불과 120여 킬로미터 떨어진 쿠바에 소련이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중거리 탄도 미사일 기지를 건설 중인 것이 발견되었다. 핵공격에 노출된 채 살아왔던 미국과 소련. 선제공격 후에도 보복이 가능하다는 능력과 의지를 과시함으로써 상대를 억지하는 핵억지 전략에 의존하여 평화를 지켜온 냉전의 주인공들이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미국과 소련이 장난, 허세가 아닌 실제 핵전쟁의 벼랑 끝에서 대치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인명이 한순간에 사라질 지도 모를 위험한 이 상황은 그 전에도, 후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소련은 쿠바에 공격용 전략미사일을 배치한 것일까? 또한 이 중대한 사건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해결되었는가? Graham Allison과 Philip Zelikow의 공동 저작 ‘결정의 엣센스’는 이 물음에 대하여 3가지 해석 구조를 제시한다. 그들은 분석의 단위가 반드시 국가는 아니고 통일적인 의지를 갖지 않은 여러 의지를 갖춘 조직이나 정책결정자들의 이해관계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결국 가장 핵심적인 질문인 ‘국가는 왜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는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합리적 행위자 모델(Rational Actol Model)’, ‘조직과정 모델(Organizational Process Model)’, 그리고 ‘관료정치 모델(Bureaucratic Politics Model)을 개념화하여 이를 설명한다.

 

<합리적 행위자 모델>

Allison의 제 1모델인 합리적 행위자 모델은 정부의 행위를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물로 표현한다. 흔히 개인의 행동을 설명하는 이론인 합리적 선택이론이 국가의 생동에 유추 적용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합리성이란 주어진 제약조건 속에서 일관성이 있고 가치를 극대화하는 선택을 말한다. 즉 국가가 국가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면서 그 수단을 선택할 때 합리적으로 행동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역사적으로 일어난 많은 외교적 사건과 역사를 설명한다.

이러한 적용은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개인이 두뇌가 선택한 것을 근육을 통해 옮기듯이 국가의 "두뇌"가 선택한 것을 국가의 "근육"을 통해 행동에 옮길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개인의 두뇌는 하나밖에 없다. 제 2모델과 3모델은 근본적으로 이 두 전제에 대한 문제제기에서부터 시작한다. 나머지 두 모델을 살펴보자.

 

<조직과정 모델>

조직과정 모델은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주요 변수를 각 조직들의 상호작용으로 설정한다. 이 모델은 국가의 "근육"에 해당하는 정부조직 또는 관료조직은 인체의 근육과는 달리 자체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고, 일정 정도의 독자적 영역과 권한을 가지면서 서로 간에 느슨하게 연결된 집단으로 인식한다. 정부의 행동은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개의 조직들이 일상 업무 및 통상절차를 작동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행위는 합리적이고 단일한 행위자의 의식적 선택의 산물이 아니라 정부를 구성하는 다양한 조직들이 미리 규정된 행위 패턴에 따라 작동한 결과물이다.

정부는 다양한 분야에서 행정적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여러 개의 조직체로 구성된다.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각각의 예하 조직들은 고유의 업무 분야와 해당 업무에 있어서 일정 수준의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또한 각 조직들은 복잡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표준행동절차(SOPs : Standard Operating Procedures)라고 불리는 업무 처리 규칙을 설정한다. 결국 정부의 행동은 사전에 마련한 표준행동절차에 의거하여 산출되며 조직적 행동 과정과 상호작용을 살펴보아야 한다.

 

<관료 정치 모델>

마지막 제 3모델인 관료 정치 모델은 개인차원의 설명변수를 다루고 있다. 이 모델은 국가의 "두뇌"에 해당하는 정부 수뇌부가 반드시 하나의 인격체만은 아닐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교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 내의 고위급 인사나 정책결정 과정에서 독립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들의 정치적 타협과 흥정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은 최고위급 인사의 행동과 의도만으로는 정책결정과정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하는 합리적 행위자 모델과 달리 다원적인 권력 투쟁과정과 협상에 주목한다.

관료 정치 모델은 제 2모델의 주요 변수인 조직들 안의 핵심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의 성향이나 고유한 정책 그리고 임무 등 여러 변수에 의하여 이들이 일관된 입장을 가지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또한 국가와 조직 보다는 개인의 목표와 이해관계를 상대적으로 주요 변수로 여긴다. 특정 사안에 대하여 개인들의 선호나 문제인식과 같은 미시적 요인들이 상이한 관료체계 속에서 갈등, 흥정 그리고 타협 등의 정치적 협상 과정을 거치며 나온 결과물로 인식한다.

 

세 가지 모델은 상호보완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지 선택적으로 사용되는 배타적인 성격의 모델이 아니다. 정책결정자들은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대가를 치루고 최대의 이익을 얻으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점에서는 합리적 행위이지만, 각자가 속한 조직의 이익과 수칙을 반영하고 개인의 성향을 감안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합리적 결정을 기대하기 힘든 면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합리적 행위모델을 이용하여 사건을 해석한다. 그러나 국가를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고 그 행위를 마치 개인의 효용극대화 행위인 것처럼 설명해온 기존의 이론을 기초로 한 분석은 완벽하지도 충분하지도 않다. 표준행동절차에 의거하여 정책을 수행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결과보다는 적절성을 중요시하는 행동을 통하여 목적이 바뀔 수 있다. 또한 외교정책은 특수하고 은밀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해석으로는 정확한 의도 파악이 불가능하며 이것은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사회의 다양성과 자율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변수가 다양해진다. 이는 협상 테이블에서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기 의해 더욱 정밀한 분석이 요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우리들이 사회의 부분을 바라볼 때 경제적 특성인 ‘합리성’이나 ‘단면’만을 보고 판단하는 결과는 심각한 왜곡과 오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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