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공자는 인(仁)이 무엇이냐고 묻는 제자들에게 각기 다른 대답을 해주었다고 한다. 각자에게 필요한 덕목이 다 달랐을 테니 대답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을 읽고 나서도 우리는 각기 다른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치학도라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스승인 플라톤을 어떻게 비판했는지, 어떤 점이 달랐고, 왜 달라야 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흥미롭겠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국가라는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시민이라면 인간에게 정치가 왜 필요한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시민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플라톤은 가장 이상적인 정치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여자와 아이와 재산을 공유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점에 대해 제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동 소유물로 되어 있는 것은 그만큼 돌보지 않게 마련이라며 플라톤의 재산공유제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퍼붓는다. 하지만 “자연적으로 천성에 의해 주인과 노예가 결정된다.”라며 노예제를 인정하고,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천성적으로 열등한 존재이다.”라며 남녀차별 발언을 하는 아리스토텔레스는 현대인의 시각으로 보기에 역시 비판의 대상이다.
그래서 2500년 전 고대 그리스 시대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떤 쟁점을 가지고 열변을 토했는지 보다, 어떤 정체들이 논의에 오르내렸는지 보다, 모든 학문에 통달했던 아리스토텔레스가 왜 정치학을 최고의 학문이라 칭했는지가 더 흥미로웠다. 그것을 알기 위해서는 국가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한다.
“모든 공동체는 선을 추구하며, 국가 공동체는 최고의 선을 추구한다.”
“국가는 자연의 산물이며, 인간은 본성적으로 국가 공동체를 구성하는 동물임이 분명하다.”
즉,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며, 국가 속에서 살아야만 인간으로서 달성해야 할 윤리적이고 완전한 삶을 살 수 있으므로, 정치학이 가장 중요한 학문이 되는 것이다. 윤리적이고 완전한 삶이란 행복이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잠재력을 최대한 달성하게 하면서 행복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정치학의 목적이라 말했다.
인간은 정치와 분리되어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 없다. 플라톤이 주장했던 철인정치이든, 아리스토텔레스가 그나마 낫다고 했던 민주정체든,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들의 대다수가 정치의 전부라고 믿는 정당정치조차 인간들에게는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학도로서는 국민들이 telos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하는 정치를 연구하고,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는 “국사에 관심 없는 사람은 쓸모 없는 사람이다.”라며 정치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중시했던 페리클레스의 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부디 2500년이 지난 이 시대에도 국가의 최고 선 추구를 위해 제대로 된 정치가 발전되고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THE리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