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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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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공지사항

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글로벌 코로나 세대

    • 등록일
      2021-03-02
    • 조회수
      234

2000년 이후 출생 어린세대의 ‘잃어버린 1년’
개인주의 심화… 소통·교감능력 약화 우려

 

코로나19 팬데믹의 경험이 지구를 확실하게 하나로 묶었다. 인류 역사상 전 세계의 사람들이 동시에 동일한 경험을 이렇게 오랜 기간 나눈 적은 없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나 1970년대 석유 파동 정도가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한 경험이지만 이번 코로나 위기처럼 지구촌 구석까지 속속들이 파고든 것은 아니었다.

 

특히 새천년이 시작된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어린 세대에게 코로나 세상은 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기성세대야 상황이 개선되면 이전의 정상으로 돌아가지만 모든 것을 새롭게 흡수하며 세상을 배워가는 어린 마음과 두뇌는 위기가 평생을 좌우하는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한국만 보더라도 어린 시절 전쟁이나 IMF 경제위기와 같은 강렬한 충격을 겪은 세대는 일정한 특징을 보여준다. 이미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 비상사태는 21세기 지구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럽의 심리학자들은 마스크로 뒤덮인 사회에서 어린이들이 정상적인 소통이나 교감 능력을 학습해 나갈 수 있을지 걱정한다. 입이란 얼굴에서 가장 표현력이 뛰어난 부분이 아닌가. 인간은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표정을 익히며 입이 내는 소리만큼 모양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취학 아동의 경우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점은 집에 고립된 상황에서 충분한 사회적 능력을 키우지 못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 아동이 세상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은 학교와 놀이를 통해서다. 하지만 학교가 문을 닫고 인터넷으로 수업을 대체하게 되면 또래 친구들과 만나서 노는 기회가 사라진다. 사람이 서로 부대끼며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하고 모든 것을 컴퓨터 스크린을 통하는 새로운 유형의 인간이 탄생하는 셈이다.

 

대학의 경우도 심각하다. 일례로 20학번 새내기들은 아직 한 번도 대학 생활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 21학번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대학 첫해는 어린 중고등학생의 껍질을 벗고 어른 세계의 문을 여는 신나는 해방의 시기다. 그런데 ‘방콕’하며 컴퓨터만 들여다보라고 강요받으면 어떤 심정일지, 또 어떤 결과를 낳을지 걱정이다.

 

대학 사회에서 2학년만 되면 1학년과는 행동거지가 크게 달라진다. 이미 선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한번 지나간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는 말이고, 한번 단절된 어울림의 전통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전 세계 대학생들의 경험은 유사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란 결국 청소년이 가장 추구하는 삶의 기쁨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는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세계 각지에서 들린다. 실제 고등학교까지 비슷한 동네에서 유사한 배경의 친구들만 보다가 대학에서 사회적, 문화적 다양성을 경험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는 것이 아닌가. 자신과 다른 타인과의 만남으로 눈이 열리고 마음이 넓어지는 과정이 코로나로 사라지는 셈이다.

 

이처럼 21세기의 글로벌 코로나 세대는 고립된 환경에서 더 개인주의적인 성인으로 자랄 것이다. 전염병 확산 때문에 생긴 문 밖에만 나가면 위험한 세상이라는 인식과 국제 교류에 대한 적대감이 미래에도 코로나 세대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까 두렵다. 또한 대면 사회화의 축소로 현실 감각이 떨어지고 따라서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파되는 각종 극단적 사고에 취약한 세대가 될까도 우려된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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