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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홍콩 시위가 남긴 것(6/17)

    • 등록일
      2019-06-20
    • 조회수
      391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홍콩 시위가 남긴 것

범죄인 中 송환법 반발 시민들 총궐기 / 中 ‘일국양제’ 시험대… 세계 이목 쏠려

홍콩 시민들이 기본적인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 나섰다. 인구 700만명의 도시에서 100만명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내는 시위는 획기적이다. 시민의 거대한 동원을 촉발한 기폭제는 범죄인 인도에 관한 법이다. 특정 범죄의 경우 중국이 요청하면 홍콩이 범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법을 시민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시민의 저항을 불러일으킨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이 이 법을 남용할 우려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는 공산 중국의 법체계를 믿을 수 없으니 홍콩 사법부의 독립성을 수호해야 한다는 의지다.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은 2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으로부터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투쟁해 왔다. 2003년 시민 수십만명이 거리로 나와 자유를 억압하는 법안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반면 2014년에는 우산혁명을 통해 의회 선거의 민주화를 요청했지만 실패했다. 그리고 민주화 운동 지도자들은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2019년 투쟁의 특징은 홍콩 사회의 총괄적인 궐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시민 동원에 앞서 지난 6일 2000명이 넘는 변호사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행진한 뒤 3분간 묵념하는 반대 시위를 벌였다. 학생과 교사·교수는 물론 사회복지사나 버스 기사 등 직능 단체도 법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며 투쟁에 동참했다.

비공식적 조사에 따르면 90% 이상의 홍콩 사업가도 이 법안에 반대한다. 독립적 사법부는 홍콩이 세계 비즈니스와 금융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홍콩의 위상이 흔들릴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 또 중국과 사업하는 사람치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무척 드물다. 시진핑이 반부패 캠페인을 빙자해 수많은 사업가를 길들인 사례를 가까이서 지켜본 홍콩이 아닌가. 범죄인 인도는 중국이 홍콩 길들이기에 활용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이 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친중 캐리 람 행정장관과 홍콩 정치인들이 과잉 충성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2003년만 하더라도 주로 부유한 사업가들이 입법회 의원으로 자리 잡고 있어 친중 성향을 보이지만 홍콩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이제 입법부 의원은 대부분 직업정치인으로 생존하기 위해 중국의 눈치만 보는 인물로 대체됐다. 게다가 캐리 람 장관은 독선적이며 민심을 읽는 데 서투른 것으로 평가된다. 끝으로 경제 구조의 변화를 보면 중국이 홍콩을 마구 다루는 이유를 알 만하다. 1997년 홍콩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18%에 달하는 중요한 대외 관계의 허브였다. 하지만 2018년 홍콩의 비중은 중국의 3% 이하로 떨어져 버렸다.

홍콩 시민과 공산 중국의 반복되는 대립은 세계의 관심 대상이다. 중국이 2047년까지 홍콩의 자율성을 보장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는 물론 중국의 리더십에 대한 세계의 의혹을 살 것이다. 특히 홍콩 시민에 대한 무시와 탄압은 대만 국민은 물론 아시아 모든 주변국의 지대한 관심 대상이다. 천안문사태 30주년을 맞아 들고 일어난 홍콩 시민의 항거는 중국이 경제 발전이 가져다준 부와 힘의 오만에서 벗어나 문명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지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라고 볼 수 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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