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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전쟁이 놓은 우크라의 EU 진입로

    • 등록일
      2023-02-28
    • 조회수
      101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전쟁이 놓은 우크라의 EU 진입로

EU 관대한 피난민 수용 정책에 교류 활발
전후 우크라의 EU 가입 징검다리 역할 할 듯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전쟁의 지정학적 의미에 관한 논의가 한창이다. 인구의 이동은 표면에 가시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나 장기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결정적인 부분이다. 이번 전쟁은 800만명에 달하는 큰 인구의 이동을 초래했다.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의 18%가 해외로 피난한 셈이다. 역사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다.

 

21세기 동시대만 보더라도 우크라이나의 피난 행렬은 압도적인 규모다. 우크라이나 난민은 내전이나 정치 불안, 경제 붕괴 등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한 시리아(680만명), 베네수엘라(460만명), 아프가니스탄(270만명) 등 다른 지역을 이미 초월했다.

 

우크라이나는 절대적 인구 규모가 큰 편이고 러시아 급습은 예측하기 어려웠던 만큼 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그러나 난민 이동의 규모가 이토록 커진 중요한 이유는 서방, 특히 유럽연합(EU)의 관대한 수용정책에도 있다. EU는 전쟁 초기 신속하게 우크라이나인에게 3년 동안 자유롭게 유럽에 정착하고 체류하며 일할 권리를 부여했다. 자국민이 아닌 외국인에게 이런 권리를 자동으로 부여한 사례는 역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놀라운 연대 의식을 반영한다.

 

지난 1년 동안 이 프로그램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480만명이 넘었다. 폴란드와 독일이 각각 100만명에 가까운 난민을 받아들였고, 43만명의 체코가 그 뒤를 이었다. 체코의 경우 우크라이나 난민의 절대 수는 폴란드나 독일보다 적지만 인구 대비 비율은 4%로 제일 높다. 폴란드, 독일, 체코 세 나라가 유럽 내 우크라이나 난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함으로써 지리적 근접성이 중요하게 작동했음을 보여준다.

 

지난 1년 동안 유럽으로 이주한 우크라이나 피난민은 90% 이상이 여성과 아동으로 구성되었다. 젊은 남성 위주의 시리아나 아프가니스탄 난민과 큰 차이점이다. 게다가 이주한 성인의 70% 정도가 고등교육을 받은 고급 인력이다. 그 덕분에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속도와 적응하는 능력이 다른 난민에 비해 빠르고 수월했다. 물론 언어나 제도의 차이로 적절한 직장을 찾기보다는 하향 취업이 불가피했지만 말이다.

 

전쟁 전에도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돈벌이를 위해 유럽으로 이주해 상당한 디아스포라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웃나라 폴란드에는 100만명의 노동자들이 정착해 있었고, 이탈리아에서는 ‘바단테’라 불리는 노인 도우미가 25만명에 달했다. 기존의 디아스포라는 새로운 전쟁 난민을 유럽으로 인도하는 데 요긴한 매개 역할을 수행했다.

 

또 다른 흥미로운 현상은 이주자들이 유럽과 우크라이나 고국을 오가면서 생활한다는 사실이다. 전선이 우크라이나 동부로 집중되면서 유럽으로 이주한 여성과 아이들이 남성 가족을 만나러 우크라이나를 방문하면서 상황이 안정되기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전쟁의 종결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으나 이미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 사이에는 촘촘한 인적,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미래의 다리를 놓고 있다.

 

이처럼 무척 역설적인 역사의 전개로 우크라이나는 국가가 유럽연합에 가입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이미 유럽통합의 혜택을 누리며 자유롭게 뿌리를 내리는 모양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의 침략 전쟁이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확고하게 묶어주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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