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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싱가포르와 중국, 역사의 역설

    • 등록일
      2022-10-18
    • 조회수
      115
배타적인 中과 달리 친비즈니스 지향
소도시 싱가포르 ‘경제 발전 아이콘’ 우뚝

싱가포르는 경제 발전의 아이콘이다. 작은 도시 국가지만 국민 소득이 세계 정상 수준이다. 비즈니스에 가장 친화적인 나라이자 동시에 교육, 의료, 복지도 선두를 달린다. 싱가포르는 중남미의 파나마나 아프리카의 르완다 등 성공적 개발도상국들이 지향하는 이상이다. 심지어 과거 싱가포르를 식민지로 지배했던 영국마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자국을 ‘템스강(수도 런던에 흐르는 강)의 싱가포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대영제국의 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보수당이 식민지였던 도시를 모델로 삼겠다니 역사의 놀라운 역설이 아닌가.

 

물론 미국도 영국의 식민지였지만 영국인들이 이주해 만든 나라였다. 반면 싱가포르는 영국인도 말레이인도 아닌 중국인들이 들어가 만든 나라다. 식민지가 제국의 모델이 된 것만큼이나 예외적인 경우다. 제국의 힘을 등에 업고 남의 땅에 이주해 나라를 세웠다는 점에서는 이스라엘과 비슷하다. 그래도 싱가포르는 이스라엘처럼 이웃의 적대심을 집중하는 공격 대상은 아니다.

 

역설의 나라 싱가포르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도시를 상징하는 ‘마리나 베이 샌즈’ 리조트에서 현대적 공원을 바라보면 실마리가 조금 풀린다. 국토가 비좁아 바다를 메운 땅에 엄청난 규모의 건축물과 공원을 동시에 세웠다. 호텔, 카지노, 박물관, 쇼핑몰, 컨벤션 센터 등을 포함하는 마리나 베이 샌즈는 미국의 환락 도시 라스베이거스 자본이 들어가 세운 종합 리조트다. 반면 세계 최대 온실과 초현실적 인공 나무숲은 싱가포르 정부가 주도했다. 라스베이거스의 해외 자본과 녹색 미래를 지향하는 정부가 합작해 만들어낸 성과인 셈이다.

 

싱가포르는 동양과 서양의 영향을 두루 흡수했듯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도 적절히 조합했다. 싱가포르 금융시장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자본의 메카인데 주택만큼은 사회주의 방식으로 정부가 운영해 국민의 걱정을 덜었다.

 

싱가포르와 중국은 모두 한족이 다수인 나라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인구의 4분의 3 정도 차지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은 한족이 90%가량 된다. 중국은 위구르와 티베트 등 소수민족 탄압의 챔피언이지만 싱가포르는 말레이와 인도계를 오히려 우대한다. 중국은 홍콩을 탄압하고 타이완을 협박한다. 그러나 싱가포르는 이웃 동남아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중국은 크고 싱가포르는 작기 때문이다.

 

때마침 이번 주는 중국에서 시진핑이 기존의 지도부 임기 10년제를 파기하고 장기 개인 독재의 장을 본격적으로 여는 시기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빌미로 중국은 문을 걸어 닫고 공산당 대회가 열리는 베이징은 철옹성이 되었다.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2020년 선거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이유로 리셴룽 총리를 대체할 예정이던 헹스위킷 부총리가 작년 후계자의 지위를 포기했다. 싱가포르의 국민행동당(PAP)은 70년 넘게 장기 집권을 해도 선거의 결과, 즉 민의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다.

 

크고 강해서 공룡처럼 무모한 중국과 작고 취약해 겸손할 수밖에 없는 싱가포르가 대조적이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세계의 기업은 공산당 통제가 강해진 중국을 외면하고 외국인들은 대거 탈중국 러시를 이룬다. 덕분에 오래전부터 글로벌 개방 전략을 펴 온 싱가포르는 세계 비즈니스의 아시아 중심으로 무럭무럭 자라는 중이다. 미래는 누구에게 미소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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