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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변하는 이슬람 사회의 여전한 국가폭력

    • 등록일
      2022-10-04
    • 조회수
      160
히잡·탈라크 가족법 등 불평등 문화 여전
‘여성·생명·자유’ 외치는 이란 시위대 지지

마흐사 아미니. 스물두 살. 이란 이슬람 공화국 수도 테헤란에서 종교경찰에 체포된 지 3일 만에 사망. 죄명: 목과 두발(頭髮)을 전면 은폐하는 히잡의 부적절한 착용. 사인: 심장마비. 공화국 종교 지도자는 마흐사 아미니를 딸처럼 생각한다고 발표했으나 부검조차 없이 성급하게 사건을 처리한 정부를 보고 많은 국민은 그가 경찰의 몽둥이에 맞아 죽었을 것이라 믿는다.

 

“탈라크(Talaq)! 탈라크! 탈라크!” 아랍어로 ‘탈라크’는 이혼. 가족법: 남편이 부인에게 탈라크를 세 번 외치면 이혼 성사. 일부 남편은 부인을 직접 보고 이혼의 주문을 외치지 않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만 알려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이슬람 세계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도 이 간단한 이혼 절차가 유효하다.

 

히잡이 여성의 신체를 통제하는 정치적 장치라면 탈라크 가족법 조항은 여성의 주체성을 통째로 부정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이슬람 세계의 오랜 특징은 남성 중심 전통사회의 불평등한 문화를 종교의 성스러움으로 장식하고 민족의 자존심으로 채색하여 정치적 자원으로 이용함으로써 탄탄한 독재의 주춧돌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2022년 가을, 주춧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9월16일 마흐사 아미니가 사망한 뒤 이란 전국 각지에서 반(反)히잡, 반정부, 반체제 시위가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이미 수십 명이 정부 탄압 과정에서 사망했고, 수백 명이 체포되었다는 소식이다. 젊은 여성들이 앞장서서 시위를 주도하는 놀라운 광경도 모자라 이슬람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히잡을 공개적으로 불태우고 머리카락을 자르는 퍼포먼스가 남성들의 박수갈채 속에 진행되고 있다. 부패하고 폭압적인 이슬람 공화국이 남녀평등을 인식하고 추구하는 역사적 기회를 만들어낸 셈이다.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도 이슬람 세계의 변화는 서서히 진행 중이다. 우선 서남아시아나 북아프리카에서 모두 이혼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요르단이나 레바논,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에서 이혼율은 이미 3분의 1까지 늘어났고, 쿠웨이트는 2분의 1에 달한다! 모로코의 경우 여성이 이혼을 요청하는 비율이 남성과 같아졌다. 가족의 해체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나 이제는 부인도 남편을 ‘탈락’(脫落)시키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슬람 세계가 장기적으로 남녀 불평등의 철옹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진실은 도서관이나 대학에 가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아무리 종교와 전통의 이름으로 차별하고 억압하더라도 교육이 선사하는 밝은 빛과 힘을 가릴 수는 없다. 이란처럼 머리카락 한 오라기 삐져나왔다고 종교경찰이 사람을 잡아가는 나라조차 대학생의 65%는 여성이다. 수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 메달을 받은 사람도 여성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하니다.

 

세계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평등의 가치를 외면하고 부정하는 일도 시간이 흐를수록 힘겹다. 9월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이란의 남자 국가대표 축구팀이 세네갈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국가(國歌)가 울려 퍼지는 순간, 이란 선수들은 검은 파카를 벗지 않았다. 죽음을 기리는 검은색 파카는 운동복에 새겨진 이슬람 공화국의 상징을 은폐하는 축구선수들의 히잡이었다. 대표팀에서 제명될 위험을 감수한 행동이었다.

 

한국에서도 이란 시위대의 구호를 함께 외쳐본다. 여성, 생명,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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