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내용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바로가기

정치외교학과

메뉴

정외뉴스

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폭염을 대하는 美·유럽 ‘온도차’

    • 등록일
      2022-07-26
    • 조회수
      138
석유값 급등에 美 바이든 재선 ‘빨간불’
유럽 “위기, 기회로”… 에너지 전환 가속

올여름 폭염을 쫓아다니는 듯하다. 지난주 파리의 기록적 섭씨 42도를 겪고 미국으로 넘어왔더니 이번에는 미국도 도시마다 폭염 기록을 경신하는 중이다. 보스턴은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8월로 연기했고 뉴욕 센트럴파크의 더위도 역사를 새로 쓰는 상황이다. 미국 인구의 20%가 이번 무더위로 위험에 노출되었다고 경고할 정도다.

 

바야흐로 폭염의 세계화 시대다. 아프리카 사하라의 열기가 점차 유럽으로 북상하면서 남쪽의 스페인이나 프랑스의 기온을 끌어올리더니 올해는 영국까지 강타했다. 미국은 원래 유럽보다 무더운 여름이 특징이었으나 이제는 온난화로 폭염이 더 심해지는 기세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는 이유는 명백하다. 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에너지를 소비하는 인간의 활동이 누적되어 기후의 변화를 초래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온난화에 대처하는 각 사회의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과 유럽의 ‘온도 차’는 각별하다.

 

두 지역의 차이를 직접 실감할 수 있는 곳은 주유소다. 현재 평균 휘발유 가격은 미국은 갤런당 4달러, 즉 리터당 1달러 정도인데 유럽은 그 두 배인 2유로 전후다. 석유의 세계 시장이 상당 부분 통합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가격의 차이는 해당 사회의 문화나 정책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전형적으로 에너지를 풍족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미국의 자동차는 전통적으로 유럽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는 적다. 기름값은 미국이 유럽의 절반인 만큼 차의 덩치는 두 배는 되는 듯싶다. 또 여름철이 되면 미국의 가정은 냉방을 상시 틀어 놓고 지내나 유럽에서 냉방은 가정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사치에 해당한다.

 

올 들어 석유값이 폭등하면서 지난 6월 미국의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5달러까지 오르자 시민의 불만이 고조되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을 걱정할 정도가 되었다. 가난한 나라에서 빵값이 중요하듯 미국 정치에서 기름값은 치명적 기준인 셈이다. 7월 들어 가격이 내려갔다고 바이든이 누누이 강조하는 이유다. 일부에선 미국 정부가 단기적 가격 인하를 위해 장기적 에너지 전환을 연기하거나 무산시킨다는 우려가 부상할 정도다.

 

유럽에서도 기름값 상승은 시민 불만의 요인이다. 몇 년 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운동이 기름값 인상에 대한 반발로 시작되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과 대다수 회원국 정부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을 밀고 나가는 중이다. 자동차의 사용을 더욱 억제하고 주택의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 노력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폭염의 세계화로 우리 모두 비지땀을 흘리면서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체험하는 와중에도 미국과 유럽이 이처럼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문제는 아무리 유럽이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고 해도 다른 지역에서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 문제야말로 지구를 위한 인류의 협력이 필요한 과제다.

 

한국은 미국과 유럽의 모델 중 어디에 더 가까울까. 휘발유 가격(1.5달러)이나 자동차 크기, 냉방 사용 등에서 딱 둘 사이에 있는 것 같다. 석유를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조건은 유럽과 유사하나 생활습관이나 소비문화는 미국에 가깝기 때문이 아닐까.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