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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신문] 바이든 시대의 대서양 관계 (21.03.16)

    • 등록일
      2021-03-17
    • 조회수
      228

바이든 시대의 대서양 관계

 

 

2021년 미국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유럽은 기대에 부풀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일방주의 외교로 인해 뒤틀어진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관계가 정상적 궤도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지난주 미국 새 행정부에서 환경외교를 담당하는 존 케리의 유럽 순방은 이런 관점에서 상징적 의미를 띈다. 트럼프의 미국은 세계가 어렵게 합의한 기후변화협약(2015년)에서 탈퇴했었는데, 바이든은 지난 1월 취임함과 동시에 협약에 복귀했고 거물급 정치인 케리에게 환경외교를 맡김으로써 정책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코로나 위기에도 불구하고 케리는 기후변화협약을 맺은 현장 프랑스 파리와 유럽의 수도 브뤼셀 방문에 나섬으로써 미국이 세계 환경외교의 무대로 돌아왔음을 보여준 셈이다.

 

미국과 유럽은 지난 5일 트럼프 시기에 악화 일로를 걸었던 무역 분야에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계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미국의 보잉과 유럽의 에어버스로 인한 분쟁에서 4개월 동안의 휴전에 합의한 것이다. 항공기 시장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무역분쟁은 197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쟁점이지만, 트럼프 시기에 강력한 관세 전쟁으로까지 번졌던 통상분야의 뜨거운 감자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유럽과 미국 모두 자국 기업에 부당한 지원과 보조를 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19년 유럽의 에어버스 지원을 불공정 행위로 보았고 따라서 유럽의 대미 수출 75억 달러에 대한 미국의 보복 관세를 인정했다. 이듬해에는 미국의 보잉 지원의 문제를 지적하며 대유럽 수출 40억 달러에 대한 유럽연합의 보복 관세를 허용했다. 구조적 경쟁이 워낙 심한 항공기 산업에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렵겠지만 문제의 확산을 막은 것만도 적지 않은 성과다.

 

미국과 유럽의 긴밀한 동맹 관계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 진영의 기둥이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집단안보의 개념을 앞세워 유럽 지역의 평화를 지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1990년 냉전이 끝난 뒤에도 나토는 동유럽 국가들을 흡수함으로써 자유 세계의 경계를 확산했다. 트럼프는 지난 4년간 대서양 동맹의 줄기인 나토, 그리고 핵심에 해당하는 집단안보의 개념을 의심케 하였다.

 

바이든은 전통적 동맹과의 관계 복원을 새 행정부 외교의 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뮌헨 안보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재확인했고,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은 유럽연합 27개국 외무장관과의 화상회의에 참여한 바 있다. 미국은 또 E3라고 불리는 유럽의 프랑스, 독일, 영국과 긴밀한 외교 협력을 지속하겠다고 천명하였다.

 

물론 최근 돋보이는 미국과 유럽의 ‘밀월’ 분위기에 그림자가 없지는 않다. 미국은 조만간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서구의 전통적 가치와 제도를 중심으로 연합을 형성해 주도하겠다는 계산이다. 유럽의 리더 프랑스와 독일은 ‘다자주의 동맹’이라는 개념을 통해 미국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평등한 관계를 꿈꾸고 있다. 비슷한 집합이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反)중국 동맹에 유럽이 수동적으로 동원되기보다는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성하는 동반자가 되고자 함이다.

 

유럽이 미국과 대등한 동반자가 되기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미국이 아니라 유럽 내부에 있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의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모델로 삼을 정도로 권위주의 성향이 강하기에 대서양 민주 동맹에 반기를 들 수 있다. 게다가 러시아나 중국에 호의적인 유럽 국가들도 적지 않다.

 

트럼프 시기에 ‘유럽 주권론’을 내세우며 유럽의 독자적인 세력화를 도모했던 프랑스와 독일의 주장이 유럽 안에서조차 합의를 만들어 내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특히 올해 앙겔라 메르켈이 하차하는 독일 국내정치의 향후 행보는 2020년대 대서양 관계의 미래방향을 결정하는 키가 될 것이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기민당과 사민당 등 독일 주요 정치세력의 외교 노선의 방향을 가늠하는 일이 대서양 관계의 미래를 그리는 데 중요한 고리가 되는 이유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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