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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내일신문] 2019년, 유럽 민주주의의 명암 (12/11)

    • 등록일
      2019-12-12
    • 조회수
      392

2019, 유럽 민주주의의 명암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시기는 결산의 계절이다. 유럽이라는 대륙에서 민주주의가 어떤 점에서 발전 또는 퇴보했는지 가늠해 보는 일은 세계를 뒤돌아보고 2020년대를 전망할 때 매우 중요한 과제다. 왜냐하면 유럽은 공고한 민주주의 제도를 지키면서 G2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세계 안정의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나라의 집합이라 자신이 세계를 직접 주도하기는 역부족이지만 그래도 유럽연합이라는 조직을 통해 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세력이다.
선거라는 축제는 민주주의의 체온을 재는 적절한 기회다. 이런 점에서 올 5EU 28개국에서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는 유럽 민주주의의 초국적 종합 행사였다. 결과를 요약하자면 중도 좌·우파인 사민주의와 기독교 민주주의가 평소 유지했던 과반을 상실(-72)한 반면 자유주의와 녹색주의가 크게 부상(+54)했고, 극우 민족주의가 약간의 세력 강화(+22)에 성공했다. 포퓰리즘의 부상은 유럽이 안고 있는 2010년대의 구조적 문제임에 틀림없지만,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의 성장은 제한적이었다는 뜻이다. 끝으로 한 가지 희망적 변화는 처음으로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50% 넘어서면서 초국적 민주주의의 초석(楚石)을 다지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초국적 선거에 참여율을 높인 반면 극우 민족주의라는 반()민주 세력의 상승세를 완화시켰으니 선거 결과는 상당부분 긍정적이다. 하지만 가장 많은 득표율을 얻은 세력의 대표 후보를 집행위원장으로 임명하는 민주적 절차는 실패하였다. 이번에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기독교 민주주의의 유럽국민당은 독일의 만프레드 베버를 집행위원장 후보로 밀었지만, 결국 프랑스 엠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합의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이 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민주적 선거를 통한 행정 수반의 임명이 중단되고 예전처럼 다시 회원국 정부 수반의 흥정으로 위원장이 결정되었다는 뜻이다.
 지난 해 말부터 시작한 프랑스의 노란 조끼운동은 올 초 유럽 민주주의에 던져진 커다란 정치사회적 도전이었다. 정당이나 노조와 같은 기존 세력이 주도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확한 정치사회적 성향을 파악하기도 어려운 반()정부 및 체제 비판적인 대중의 결합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어떤 점에서 2017년 정치 경험도 없던 마크롱이 들불이 번지듯 순식간에 정치세력을 결합하여 대통령에 당선되고, 이를 넘어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던 사건과 무척 유사하다.
 마크롱과 노란 조끼는 쌍둥이처럼 정치의 공급과 수요 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드러내며 시작했지만 2019년 동안 전개된 과정과 결과는 달랐다. 몇 달 동안 미국 타운 홀 미팅 식으로 전국에서 유권자와의 만남을 주선한 마크롱은 시간을 끌며 노란 조끼 운동의 동력을 빼앗았고, 결국 봄의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정국 리더십을 되찾았던 것이다. 마크롱은 개인적 능력을 바탕으로 국가 조직을 장악했지만 노란 조끼는 여전히 인터넷으로 만난 수뇌부도 조직력도 없는 즉흥 모임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마크롱이 노란 조끼의 파고를 넘는데 성공하고 이탈리아에서 마테오 살비니의 극우 리가(Liga)가 연정에서 물러난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영국과 스페인은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는 답답한 정국으로 민주주의 제도의 심각한 마비를 보여주었다. 스페인은 지난 4년 동안 매년 총선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다수의 연정을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영국도 2017년 당선된 다양한 의회세력으로 올해 수차례 브렉시트에 관한 다수를 도출하는데 실패했다.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되도록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자칫 정부의 형성조차 어려운 분열된 의회를 반복적으로 뽑게 될 경우 정치의 무능에 대한 국민의 실망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영국에서는 브렉시트 당이 부상하였고, 스페인에서도 극우 복스(V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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