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세계 교육평가서 중화권의 용틀임
中, 읽기·수학·과학 분야서 1위 휩쓸어 / 韓은 내리막길… 교육제도 고민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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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일 세계 주요 국가에서 3년마다 시행하는 국제학력평가(PISA)의 결과를 발표했다. 79개국에서 60만명의 15~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읽기, 수학, 과학 등 세 분야에서 종합적으로 실시하는 평가이다 보니 공신력이나 객관성이 높다.
이번 발표한 2018년 평가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사항은 중화권의 부상이다. 중국은 읽기, 수학, 과학 세 분야에서 모두 1위를 휩쓸었다. 이어 2위는 모두 싱가포르가, 3위는 마카오가 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홍콩은 읽기와 수학에서 4위를 차지하고 과학만 9위다. 말하자면 금·은·동메달을 중국, 싱가포르, 마카오가 독점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국의 평가대상이 전국이 아니라 베이징, 상하이, 장쑤성, 저장성 등에 제한된 결과라고 자위할 수 있다. 또는 싱가포르나 마카오는 인구가 작은 도시에 불과해 학력을 높이기가 수월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인구 60만명의 마카오부터 1억7000만명이 넘는 베이징, 상하이, 장쑤, 저장 지역까지 모두 중화권 내에서 세계 최고의 학업 성과를 거둔다는 점이다.
불행히도 21세기 들어 나타나는 장기적인 변화의 트렌드는 핀란드나 한국 등 초기의 우수한 국가들이 상위권을 유지하면서도 점차 퇴보하는 내리막길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번 결과에서 읽기 9위, 그리고 수학과 과학에서 7위를 차지했다. 2000년대 읽기(2003년 1위, 2006년 1위, 2009년 2위)와 수학(2003년 3위, 2009년 3위)에서 선두그룹에 속했던 과거를 생각해 보면 분명한 퇴보다. 학력이 반드시 성공이나 행복을 안겨주지는 않지만 같은 동아시아에서 경쟁의 대상인 중국과의 격차(읽기 555 대 514, 수학 591 대 526, 과학 590 대 519)가 상당히 큰 것은 걱정이다.
한국이 21세기 현재의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의 발전수준까지 올라오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요인은 무엇보다 국민의 높은 교육열이다. 학업에 가족의 온 열정을 쏟아붓는 과열경쟁의 시대는 가고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선진사회로 가는 중이라고 위안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교육이야말로 나라의 미래 운명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내리막길로 들어선 원인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적절한 변화를 주어야 한다. 특히 교육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일은 무엇보다 시급하다.
숭실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