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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숭대시보/대학담론] 대학가 대자보 어제와 오늘(9/23)

    • 등록일
      2019-09-26
    • 조회수
      452
[대학담론] 대학가 대자보 어제와 오늘
김이슬기자
지난 10일(화), 본교 조만식기념관 벽면에 ‘당신과 함께 차별을 쏘다! 슈팅스타 총학생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후 현 총학생회를 향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대자보가 연이어 게시됐다. 많은 학생들이 오가는 조만식기념관 앞은 대자보를 붙이는 공간으로 공공연하게 여겨져 왔다. 학생들의 의견을 피력할 창구가 대자보가 전부였던 과거에 비하면 적은 수의 대자보가 게시되지만, 커다란 종이에 빼곡히 적힌 글씨는 강의실을 가던 학생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대학가 소통 창구, 대자보의 역사
대자보는 말 그대로 ‘큰 글씨로 적은 종이’를 말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대학가에 붙이거나 걸어두는 큰 글씨를 뜻하며 우리나라에서는 학내 구조적인 문제를 밝히거나 사회 이슈를 다루는 내용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대자보는 1950년대 중국에서 시작됐다.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후 중국 전역에서 대중 선전용으로 붙인 벽보가 대자보의 시초이며, 1960년대 중국 문화 혁명을 기점으로 활발하게 진행됐다. 대자보의 역사는 나라마다 있다. 프랑스에서는 1871년 파리코뮌 시대에 왕당파에 반대해 공화제를 지지하거나 개인의 사상적 자유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벽보를 붙였다. 옛 소련에서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대자보가 나붙었다. 조선 시대에는 정부의 실정이나 관료의 수탈 등을 비방하는 익명의 벽보를 동네 어귀나 길거리에 붙이곤 했다. 대자보는 단순히 종이에 불과하지만 그 속에 담긴 목소리는 사회를 바꾸는 데 분명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 대학가에 대자보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61년 5월 16일 군사 정변으로 정권을 장악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본격적으로 1987년 민주화의 운동이 일어난 후 학생들을 감시했던 사복 경찰들은 일제히 대학에서 철수했고 이로 인해 대자보는 대학생의 의견 표출 수단으로서, 하나의 대학 문화로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대학가의 주요 의사소통은 대자보를 통해 이뤄졌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대자보는 세상과 소통하고 의견을 피력하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였다. 대학생들은 정권의 억압에 항의하는 목소리를 대자보에 담았고 학내·외 소식을 알렸다. 대자보에는 학내 문제는 물론 △임금 투쟁 △노동자와 대학생 분신 △철거민의 항거 △농민 문제 △인권 등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도 담겼다. 대자보로 누군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일 경우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반박 대자보가 붙을 만큼 대자보를 통한 의견 교환의 속도는 매우 빨랐다. 정치적 논쟁이 끊이지 않았고 이념 논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미디어의 변화, 사라지는 대자보
2000년대 초반 전국에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대자보 문화는 급속도로 쇠퇴했다. 학생들이 목소리를 내걸던 대자보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속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의 새로운 언로로 떠오른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다. 이는 자유로운 의견 교류와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본교의 경우 재학생들의 인터넷 커뮤니티는 크게 △유어슈 △에브리타임 △숭실대학교 대나무숲(이하 대나무숲) 등이 있다.

그중 가장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커뮤니티는 익명으로 글을 게시할 수 있는 에브리타임과 대나무숲이다. 에브리타임은 시간표 서비스와 함께 여러 게시판을 운영하는 대학생 어플리케이션으로, 하루 평균 300개 가량의 다양한 글이 활발히 게시된다. 대나무숲 또한 페이스북에서 17,000명가량의 팔로워를 가진 큰 규모의 페이지로, 익명 제보를 받아 글을 게시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익명 게시판에서는 개인의 신분을 숨길 수 있고, 이에 따라 기존 위계질서 속에서는 없었던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게시판은 대자보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서울 시내 대학들이 캠퍼스 미관을 개선하기 위해 △현수막 △벽보 △광고 전단 대신 전광판 등 디지털 매체로 각종 정보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한국대학신문은 본교를 포함해 서울 시내 주요 대학과 ‘클린 캠퍼스’ 조성을 위한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각종 게시물이 부착된 대학 캠퍼스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캠퍼스 내 홍보 방안을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후 대학교 곳곳에 디지털 광고판이 설치됐고, 대자보와 홍보물을 부착하기 위해서는 학교 본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규제가 강화되기도 했다. 이에 일부 학생들은 △학생사회 위축 △표현의 자유 침해 △사전검열 등을 이유로 반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세상을 바꾸는 대자보
이런 상황 속에서도 꾸준히 대학가의 대자보는 세상에 목소리 내고, 사회를 바꾸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학생 등록금 반값 요구’,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주요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학생들은 또다시 커다란 종이에 빼곡한 글씨를 적었다. 지난 2015년 10월,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계획이 발표되자 본교에서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지난 2010년 고려대에서 현 제도권 교육을 거부하는 내용의 ‘김예슬 선언’ 대자보가 게시됐다. 김 씨는 “국가·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 업체”라며 스펙 위주의 대한민국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이후 2013년 대학가에서는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확산됐다. 이는 고려대 주현우 씨가 △철도 민영화 △불법 대선 개입 △밀양 주민 자살 등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청년들에게 묻는 내용의 대자보로 시작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동면했던 대학 사회는 ‘안녕들하십니까’에 응답하는듯한 ‘안녕하지 못합니다’와 같은 대자보가 줄지어 게시됐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의 부정입학 논란’에 서울대에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6년 만에 재등장 하기도 했다.

또 국정농단 사건과 최순실 게이트 등 정치적 문제가 대두됐을 때 전국 각 대학에서 대자보를 통해 부정한 사회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지금도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각 대학에서 대자보를 통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과거와 달라진 점은 오프라인에 게시된 대자보는 온라인 게시판으로 넘어와 한 번 더 재논의 된다는 것이다.

본교 정보사회학과 박창호 교수는 “현재의 대자보 문화는 오프라인에서 대자보를 게재하고 이를 온라인을 통해 확산시키는 상호 보완의 형태”라며 “앞으로도 중대한 메시지를 전달할 때 온·오프라인을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본교 대자보, 관리 방식은
본교의 경우 게시물 등의 설치 및 배포 관리 규정에 따라 교내에 게시하는 모든 현수막·벽보·전단 등의 인쇄물을 관리한다. △교내 행정부서 △외부 기관 및 단체 △교내외 학생단체는 게시물을 교내에 게시하고자 할 경우에 허가 절차를 따라야 한다. 신청자는 제작 완료된 게시물을 소지해 담당 부서에 방문해 허가 도장을 받아야 한다. 허가 도장을 받지 않거나 게시 장소에 붙이지 않은 대자보는 원칙적으로 철거 대상이다. 학생서비스팀 이진훈 과장은 “허가받지 않은 대자보는 다른 게시물과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근로 학생들이 확인 후 철거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번 대자보가 게재된 조만식기념관 벽면 게시판은 제57대 총학생회의 공약이었으며, 2017년 6월 이행됐다. 그러나 학교 측에서 게시판을 신설한 후 부적절한 내용의 게시물을 철거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으며, 안내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일기도 했다(본지 1200호 ‘“흔들리지 않고,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그게 총학생회의 역할이다.”’ 기사 참조). 이에 제57대 총학생회 이서호(경제·13) 전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에서는 이같은 안내문 부착이 사이비 종교나 불필요한 전단 광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며 “학우들의 목소리가 담긴 대자보를 임의로 제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럴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지은(영화예술·15) 전 부총학생회장은 “학교 측과 대화를 나누고 나니 학교 측의 우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0일(화)부터 3차례 게시된 ‘당신과 함께 차별을 쏘다! 슈팅스타 총학생회’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모두 철거됐다. 대자보 게시자 조원희(법학·17) 씨는 “헌법 제2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지며, 동조 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학교는 자유대한민국의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출판검열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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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숭대시보(http://www.ssu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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