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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핑크 골드’의 나라 노르웨이(9/9)

    • 등록일
      2019-09-11
    • 조회수
      332

[조홍식의세계속으로] ‘핑크 골드’의 나라 노르웨이

연어, 석유 다음으로 중요한 수출 품목 / 대규모 포획·생태계 변화 등 부작용도

최근 어업대국 일본이 유럽으로부터 생선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지난달 도쿄에서 열린 국제 해산물 엑스포에 스코틀랜드는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스코틀랜드의 대일 해산물 수출이 2017년에 비해 지난해 4배나 늘 정도로 일본의 연어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연어 스시는 전형적 퓨전 푸드다. 일본의 스시라는 요리에 1970년대 노르웨이가 대서양 연어를 얹어 유행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원래 태평양 연어는 기생충이 많아 회로 먹기에 적합하지 않았다. 이제 노르웨이나 스코틀랜드 등 대서양 북해의 연어가 동아시아에서 회나 스시의 재료로 대량 수출되는 글로벌 식생활 시대가 됐다.

기름지면서도 신선한 맛을 제공하는 연어를 음미하며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생선을 상상할지 모르지만 사실 대부분의 연어는 다른 먹거리와 마찬가지로 집중 양식의 결과다. 세계 통계를 보면 2013년 양식 어업의 생산량이 자연의 수확량을 능가했고, 현재 인류가 소비하는 생선의 56%는 양식의 결과다. 특히 중국은 세계 양식 어업의 생산량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강자다. 다만 경제적 가치는 대서양 연어가 제일 높다.

1980년대부터 노르웨이 연어 양식 산업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10여년 전 70만톤이었던 연어 수출은 2018년 130만톤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수출로 벌어들이는 수익도 15억유로에서 64억유로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노르웨이 경제구조에서 연어는 석유 다음으로 중요한 수출 품목이 된 것이다. 석유가 검은 금이라면 연어는 핑크 골드가 됐다.

노르웨이 연어 산업의 발전은 천혜의 자연 덕분이다. 노르웨이에는 원래 자연 연어가 오르내리는 수백개의 강이 있었고 해안에 가득한 피오르가 양식에 적합한 환경을 제공했다. 노르웨이 어업 회사들은 강과 바다에 거대한 그물을 치고 수만마리의 연어를 집중적으로 키우면서 수중 감시 장치, 예방접종 등 첨단 기술과 장비를 동원해 연어대국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중이다. 또 노르웨이 회사들은 해외의 스코틀랜드나 캐나다 등에 이미 진출했고, 이제 아이슬란드를 넘보고 있다는 소식이다.

생선 양식은 인간에게 단백질을 제공하는 상당히 효과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수단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닭고기 다음으로 적은 편이며, 생산되는 식량과 소비하는 사료의 비율은 고기 가운데 가장 높다. 하지만 연어 양식 산업의 부작용도 엄연히 존재한다. 노르웨이에서 자연 연어가 활동하는 450개 강 가운데 이미 3분의 2 정도가 그물에서 탈출한 양식 연어로 ‘오염’ 됐다. 게다가 한 미국 회사는 캐나다에서 유전자 변형 연어를 키워 2020년에 시장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생태계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행보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자연 연어의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북대서양 연어기금에 의하면 40년 전 1000만마리였던 자연 대서양 연어는 이제 300만마리로 줄었다. 어업을 통한 대규모 포획이 가장 큰 원인이라 유럽에서 자연 연어는 보호의 대상이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 북부에서 연어 낚시는 연중 두 달만 가능하며, 하루에 두 마리 이상을 잡을 수 없다. 유럽의 부자들은 개인 비행기를 타고 이곳으로 몰려든다. 야생 대서양 연어를 낚시하여 맛보는 취미는 유럽 백만장자들만의 특권인 셈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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