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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신문] 마케도니아의 영광을 공유하는 지혜(2/13)

    • 등록일
      2019-02-13
    • 조회수
      430

마케도니아의 영광을 공유하는 지혜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만큼 세계에 널리 알려진 고대의 역사적인 영웅도 드물다. 그는 기원전 4세기 그리스를 통일한 뒤 북아프리카의 이집트와 서남아시아의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인도 북부까지 점령하여 3개 대륙에 이르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제국이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지만 알렉산드로스는 지중해와 인도양을 연결하는 천하통일이 주인공이 되었고 마케도니아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제국과 함께 역사적 영광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23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을 두고 발칸반도의 두 나라가 대립하는 이유다. 그리스는 자국이 마케도니아의 자연스럽고 당연한 계승자라고 여겨왔다. 실제 그리스 13개 지방 가운데 세 곳은 각각 중, 동, 서 마케도니아라 불린다. 문제는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 연방이 붕괴하면서 소속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독립을 선언하면서부터다. 알렉산드로스의 마케도니아 왕국은 현대 유고슬라비아의 남부와 그리스 북부에 걸쳐 영토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유고의 마케도니아나 그리스의 마케도니아 모두 지리적 유산을 받은 셈이었다.

그리스는 유고에서 독립한 신생국가가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국제무대에서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신생국이 마케도니아라는 명칭을 빌미로 그리스 영토에 대해 욕심을 부릴 것이라는 논리까지 동원하였다. 국제사회에서 그리스는 유럽연합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엔 등의 회원국으로 기득권을 최대한 활용하여 마케도니아라는 국명 사용을 방해해왔다. 그 결과 신생국은 ‘구 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 공화국’(FYROM)이라는 다소 복잡한 명칭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 명칭을 둘러싼 그리스와 마케도니아의 대립은 다행히도 지난 해 6월 ‘북 마케도니아’라는 타협안을 도출해 내는데 성공했다. 실제 알렉산드로스 대왕 왕국의 북부에 현대의 마케도니아 공화국이 생겼고, 남부에 그리스 마케도니아 지방들이 있으니 지혜로운 합의라고 볼 수 있다. 국제사회에서 보기 드문 외교를 통한 분쟁 해결의 성공 사례로 그리스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와 마케도니아의 조란 자이프 총리가 이루어낸 성과다. 물론 양국의 야당 정치세력은 민족주의 감정을 자극하며 타협이 두 지도자의 민족 반역 행위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2006년부터 10년간 마케도니아 총리를 역임한 니콜라 그루에브스키는 전국에 알렉산드로스와 그의 아버지 필리포스 왕의 상을 세워 민족감정을 고조시키며 그리스와 분쟁을 자극했던 인물이다. 그는 부패 행위로 궁지에 몰리자 헝가리로 망명한 상황이지만, 그와 같은 정치 성향의 이바노프 대통령은 그리스와 합의를 도출해 낸 자이프 총리를 공격해 왔다. 자이프 총리는 2018년 타협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하였지만 반대 세력은 이를 보이콧하였다. 이에 그는 의회에서 정치력을 최대한 동원하여 지난 1월 국명을 북 마케도니아로 변경하는 개헌까지 성공시켰다.

그리스에서도 치프라스 총리는 연정의 한 축인 그리스독립당이 탈퇴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케도니아 합의를 추진하였다. 그 결과 지난 1월 의회에서 합의안을 비준하는데 간신히 성공했다. 330석 의회의 과반수를 불과 2표 넘겨 비준한 것이다. 올해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도 국내여론이 반대하는 타협안을 끝까지 주도했다는 점에서 치프라스는 이제 장기적 안목을 가진 국가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나 미국의 존 볼튼 대통령보좌관, 나토의 사무총장 옌스 슈톨텐베르흐 등 국제사회 주요 인사들이 입을 모아 치프라스의 용기를 칭송하는 이유다.

민족 감정이 개입된 사안에서 상대와 합의를 도출하여 국내에서 추진하려면 대단한 용기와 정치력이 필요하다. 타협에는 양보가 필수적인데, 모든 양보는 반역으로 공격받을 수 있는 요소를 갖기 때문이다. ‘북 마케도니아’ 합의는 수십 년에 걸친 분쟁에 종지부를 찍고 미래를 향해 두 이웃나라가 협력의 길로 가는 발판이 될 것이다. 20세기 발칸반도는 세계의 화약고로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지만 21세기에는 평화적 분쟁 해결의 모범이 되길 기대해 본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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