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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설명
  • [조홍식의세계속으로] 자유를 향한 밀크티 한잔

    • 등록일
      2021-03-25
    • 조회수
      231

홍콩·泰·미얀마 등 동남아인들의 反중국 동맹
亞 민주주의 선두주자 한국 행보에 관심 집중

 

동남아시아의 ‘밀크티 동맹’이 국제적 관심을 끌고 있다. 홍콩, 대만, 태국, 미얀마 등에서 민주주의를 수호하거나 촉진하기 위한 시민세력이 밀크티라는 음료를 상징으로 삼아 국제연대를 추진하기 때문이다. 왜 하필 밀크티라는 음료가 동남아 민주주의 운동을 하나로 묶는 상징이 된 것일까.

 

제일 큰 이유는 중국이 아시아 민주주의의 걸림돌로 부상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최근 홍콩의 민주세력을 억압하고 자치제도를 축소하는 한편, 대만 독립을 막기 위해 무력시위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다른 한편 동남아의 민주화운동이 활발한 태국이나 미얀마 등의 국가에서 중국은 현지 군부 집권 세력과 긴밀한 후원 관계를 맺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차의 문화를 발전시킨 문명이다. 21세기 현재까지 중국인들은 일상적으로 차를 즐겨 마신다. 중국 대륙은 전통방식으로 한 종류의 차만 우려 마시는 습관이 있다. 반면 우유나 타피오카, 설탕 등을 듬뿍 넣어 시원하게 마시는 퓨전 차는 중화권의 홍콩이나 대만, 그리고 동남아 지역에서 유행한다. 밀크티가 동남아 민주화 운동의 공통분모임과 동시에 중국의 단종(單種) 차에 대립하는 개념이라는 말이다.

 

밀크티 동맹 형성에 결정적이었던 사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오래전부터 거대한 중국의 횡포에 노출되어 있었던 대만과 홍콩 둘 사이의 민주연대는 이미 확고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중국의 국수주의적 인터넷 공격이 태국을 가세시킴으로써 중화권을 넘어 아시아 연대가 형성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태국 드라마 ‘2게더’로 유명한 배우 와치라윗 치와아리와 그의 여자 친구는 인터넷과 트위터에서 홍콩과 대만을 ‘나라’라고 표현했다가 중국 인터넷 악플러 부대의 융단폭격과 같은 집중 공격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 사건을 접한 홍콩과 대만의 네티즌들이 태국 편을 들면서 밀크티 동맹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말하자면 외국 연예인의 일상 발언과 표현조차 통제하고 지배하려는 중국의 과도한 의욕이 반(反)중국 국제동맹의 씨를 뿌렸다는 뜻이다.

 

지난해 중국과 인도가 국경분쟁을 벌이면서 세계 최대의 민주국가 인도도 밀크티 동맹에 참여하게 되었다. 인도는 차와 우유, 그리고 향료를 섞은 독특한 ‘마살라 차이’로 동맹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었다. 군부가 민주 정부를 부정하고 독재에 나선 미얀마의 저항세력 또한 ‘라펫 야이’라는 현지 밀크티를 내세우며 아시아 민주주의 동맹에 가세했다. 지난 2018년에는 말레이시아의 집권당 UMNO의 중국에 치우친 정책이 역사적 정권교체에 기여한 바 있다.

 

이처럼 중국의 제국주의적 오만이 중화권의 홍콩이나 대만을 넘어 아시아의 국제연대를 초래해 온 셈이다. 게다가 중국은 공산당 독재를 유지하면서 다수의 정치세력이 경쟁하는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나라다. 중국이 주변국의 독재 세력과 태생적으로 친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중 정서가 밀크티 동맹 탄생의 산파였지만 이제는 중국 자체를 포함한 민주적 아시아를 구상할 필요가 있다. 밀크티처럼 다양한 요소를 하나로 섞어 달콤한 맛을 내는 공동체를 희망하는 사람들, 자유 세상을 꿈꾸는 아시아인들은 뭉치고 또 서로 도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두주자 한국에 특별한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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