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원, 위구르족 가정 침투해 감시
나치의 유대인 정책과 유사… 침묵 말아야
지난 주말부터 중국인의 카톡이라고 할 수 있는 위챗은 미국에서 다운로드받을 수 없게 되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정부가 중국과 벌이고 있는 갈등의 새로운 일화다. 첨단 통신 5G 분야에서 중국 대기업 화웨이의 제외부터 위챗 금지까지 미국이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중요한 이유는 보안 문제다. 중국의 장비나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중국 정부가 정보를 가로채 갈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조차 이 사안에 대해 확실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또 미국 정부도 개인 감시에서 결백한 것은 아니다. 에드워드 스노덴이 폭로한 미국 정보기관의 인터넷 감시나 러시아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관용’(?)은 미국 역시 권력의 정보 관리가 허술함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중국 내 신장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태는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정당하고 필요함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지난 몇 년 동안 신장의 위구르족 가정에 공무원이나 공산당원을 파견하여 긴밀한 감시에 나섰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의 요원들이 한 달에 일주일 정도 위구르 가정에 ‘침투’하여 함께 생활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보고한다는 소식이다. 이들은 형님이나 누님을 뜻하는 ‘다거(大哥), 다지에(大姐)’라고 불리는데 중화 한 가족의 형제라는 의미다. 물론 위구르족이 중국을 정말 한 가족으로 생각하는지는 불확실하다. 여기서 ‘형님’이란 조폭세계의 호칭이 지니는 의미에 더 가깝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이들 형님·누이들이 불청객임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위구르 가정은 이들을 거부할 권리조차 없다. 거부 자체가 이슬람 테러리즘의 불온한 경향을 드러내는 셈이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단지 돼지고기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거나 독실한 신앙태도만 보여도 의심을 받는데, 형제의 ‘내림(來臨)’을 거부한다면 그것은 강제수용소 감이다. 중국은 강제수용소에 정신 교육과 직업 훈련이라는 명목으로 백만 명이 넘는 위구르족과 무슬림을 재판도 없이 감금하고 있다.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내가 중국 베이징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가 떠오른다. 중국 국적이지만 한어(漢語)가 익숙지 않은 몇몇 위구르 학생들은 학교에서 항상 소외된 소수로 자기들끼리만 어울렸다. 2000년대 초반이라 지금처럼 정부의 탄압이 심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한족과 위구르족이 허울 없는 형제처럼 지내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시진핑이 집권한 2010년대 중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위구르 말살 정책에 나섰다. 과거 나치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과 유사하다. 생명을 물리적으로 집중 제거하지 않았을 뿐, 실제 위구르가 민족으로서 가진 문화, 언어, 종교, 관습을 체계적이고 절대적으로 뿌리 뽑으려는 시도다. 아무리 독재 국가라도 내 집에 돌아가면 편안하게 쉬면서 가족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도 이런 최소한의 사적 공간마저 유린당한 위구르 사람의 운명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서구 일부 언론을 제외하면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과 같은 이슬람 국가들조차 중국의 유혹과 강압에 굴복하여 위구르 말살정책에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강 건너 불구경하듯 안한자적(安閑自適)하다가는 어느 날 ‘다거’가 나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http://www.segye.com/newsView/2020092152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