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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유럽의 폭염과 삶의 변화(7/1)

    • 등록일
      2019-07-04
    • 조회수
      371

[조홍식의 세계속으로] 유럽의 폭염과 삶의 변화

벌써부터 40도 폭염에 삶 뒤죽박죽 / 기후변화에 책임감 갖고 대응 동참을

초여름부터 벌써 아프리카 사하라사막에서 올라온 폭염이 유럽을 강타하면서 유럽인의 삶이 뒤죽박죽이다. 유럽에서 6월은 원래 선선한 날씨를 즐기며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는 즐거운 계절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30도에서 40도에 달하는 맹렬한 더위가 유럽의 대부분을 뒤덮으며 삶의 리듬을 흔들어 놓았다. 프랑스의 경우 6월 마지막 주에 예정됐던 전국 중학 졸업시험이 7월로 연기됐고 유치원이나 초등학교는 더위를 피해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지구 각지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 현상은 다양하며 유럽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보는 지역도 많다. 바다의 수면이 높아져 삶의 터전이 물속에 잠겨 버리거나 사막화가 진행돼 인간의 생활이 아예 불가능해지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인구가 밀집돼 있는 인도나 동남아에서 40도 정도의 더위란 일상이 아닌가. 이들 지역에 비하면 유럽의 사정은 양호한 편이다.

사실 절대적 기온보다는 특정 기후에 이미 적응한 사회 구조가 더 중요하다. 유럽 북부에 속하는 프랑스 파리의 경우 여름에 30도가 넘는 날은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게다가 더운 날도 아침, 저녁으로는 20도 아래의 선선한 경우가 많아 긴 소매가 필수였다. 당연히 냉방시설을 갖춘 가정집은 거의 없고, 이번처럼 폭염이 닥치면 노인이나 어린이 등 취약한 사람들이 위험에 놓인다. 유럽은 2003년 8월 폭염으로 7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정도로 더위에 취약한 지역이다. 의료 시설이나 사회보장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도 주택이나 공공시설의 냉방설비가 부족하고 노인 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대응도 문화마다 다르다. 유럽에서 느낄 수 있는 특징은 사람들이 가지는 일종의 죄의식이다. “나의 낭비적인 생활 습관 때문에 지구 온난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반성하는 태도를 상당히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슈퍼에 갔더니 최소한의 조명만 남기고 평소 상품을 화려하게 비추던 전등을 모두 꺼버렸다. 컴컴한 것이 갑자기 개발도상국 시장에 왔다는 착각을 하게 됐는데, 비상시 공동의 노력에 동참하려는 자발적 선택이었다. 여전히 앞다투어 큰 차를 구매하고 경쟁적으로 냉방시설을 설치하며 환경 문제는 어차피 이웃나라 때문이라고 간편하게 생각하는 우리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물론 가장 중요한 차이는 이런 반성이나 책임감을 기반으로 미래를 바꿔야 한다는 의식이다. 기후변화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 정책의 변화다. 녹색 환경주의를 주장하는 정치 세력은 유럽 주요 국가에서 이미 연정을 통해 집권할 만큼 유권자의 상당한 지지를 받는다. 독일의 경우 올 유럽의회 선거에서 녹색당이 사회민주당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정치제도가 양당제에 유리하기에 녹색당의 성장에 한계가 뚜렷한 영국에서는 환경주의 사회운동이 두각을 나타낸다. 올봄 내내 영국에서는 길을 가로막고 눕거나 자신의 몸을 접착제로 유명 건축물에 붙이는 등 이색적인 퍼포먼스를 통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운동이 벌어졌다. 이런 행동의 효율성은 논쟁거리지만 적어도 개인이 투표나 사회참여 등 작은 행동을 통해 변화에 동참한다는 의식만큼은 세계가 공유하기를 바란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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