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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일신문] 나토 70주년: “미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막고 독일을 누른다”(4/9)

    • 등록일
      2019-04-18
    • 조회수
      389

[내일신문 4월 9일자]

나토 70주년: “미국을 끌어들여 소련을 막고 독일을 누른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이 냉전의 대결 국면으로 돌입하던 1949,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영국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하는 서유럽의 군사동맹에 미국을 단단하게 결합시키는 장치였다. 그리고 70년의 역사를 겪으면서 나토는 수많은 위기와 경험을 축적하면서 발전해 왔다. 전반적으로 나토는 끊임없는 전쟁의 장이었던 유럽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동유럽에 안정을 가져왔으며, 유럽 이외의 지역으로 활동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안보 역할을 담당하는 역동적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까지 장기적인 평화를 정착시키지 못한 전쟁의 대륙이었다. 나토의 가장 큰 기여는 바로 이 호전적 땅에 평화를 심었다는 점이다. 나토는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이라는 그 유명한 집단안보체제를 구성하여 소련의 침략을 효과적으로 방지했으며, 1955년에는 서독을 회원국으로 영입하여 앙숙이었던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되면서 나토의 존재이유도 상당 부분 사라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나토는 소련 중심 군사동맹이었던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와해된 뒤 이들 회원국들을 흡수함으로써 안정적 체제 이행에 기여하였다. 폴란드, 체코, 헝가리가 1999년 가입하였고 이어 발트 3국이나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이 뒤를 이었다. 12국으로 시작한 나토는 이제 29개국으로 불어났고, 북마케도니아가 30번째 회원국이 될 예정이다.
나토의 변신은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예를 들어 미국을 겨냥한 911테러 이후 집단안보의 개념을 적용하여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나토 회원국들이 동참함으로써 활동범위를 유럽 밖으로 확대하였다. 나토는 또 아덴만 지역에서 해적 소탕에 참여하였고 현재도 아프리카 극단적 이슬람세력과의 전쟁에 개입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이버 전쟁에 대비하여 집중 투자하는 모습이다.
이상의 중요한 역사적 기여에도 불구하고 최근 나토에 관한 뉴스는 분열로 인한 근본적 위기의 증상을 보여준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이후 나토는 뿌리부터 흔들리는 모습이다. 사실 유럽 국가들이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져야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탈냉전시기에 등장한 미국과 유럽의 입장차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트럼프의 결정적 실수는 비용분담이라는 기술적 문제의 협상에 집단안보라는 나토의 기본 원칙 자체를 흔들며 나왔다는 점이다. 유럽이 돈을 내지 않으면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대통령의 트위트는 70년의 안보 공동체가 쌓아올린 신뢰를 단숨에 무너뜨리는 언행이었다. 오죽하면 지난 1월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마저 참여하여 나토 탈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법안을 통과시켰겠는가.
나토의 중심 미국이 흔들리자 유럽에서는 다양한 반응이다. 우선 프랑스는 유럽이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면 유럽만의 방위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돈 주머니를 쥐고 있는 독일은 나토건 유럽 중심 방위체제건 국방비를 증가할 생각이 없다. 특히 연정의 한 축을 형성하며 평화주의 성향이 강한 사민당은 방위비 증가에 반대다. 러시아의 위협에 사정이 다급한 폴란드 같은 나라는 믿을 건 미국뿐이라며 20억 달러를 낼 테니 자국에 상설 미군 기지를 세워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트럼프 기지라는 이름까지 제안하면서 말이다!
나토의 70주년은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현실에도 유용한 시사점을 갖는다. 외부의 위협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나토처럼 강력한 집단안보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동맹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과거 소련은 미국보다 인구는 많았지만 경제는 60%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중국은 곧 미국 경제규모를 추월할 예정이며 인구는 4배나 더 많다. 외부의 위협은 더 커다란데 동맹간 협력은 더 느슨한 것은 아닌지. “미국을 끌어들여(in) 소련을 막고(out) 독일을 누른다(down)”는 나토 초기의 정신을 21세기 동아시아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일이다.
 
조홍식(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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